대구, 전국에서 가장 먼저 미분양주택 물량 적체
지속적 인구 유출‧주택수요 감소‧과잉 주택공급 등
자생적 회복 어려운 상황

건축과 도시설계(Urban Design)는 불가분의 관계다. 도시라는 지역 사회 안에서 건축물은 구성원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도시의 일부로 자리매김 한다. 아쉽게도 산업화를 겪으면서 건축과 도시설계가 기능적으로 분화됐고 점차 그 간극이 벌어졌다. 하지만 도시계획은 여전히 건축적 섬세함을 필요로 한다. 도시만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는 기능적 구획이 아닌 디테일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한 건축사는 지금 우리를 둘러싼 도시 풍경은 우리가 합의하고 만들어 낸 약속의 결과물이다. 그 풍경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아서 규칙을 만들고 실천하고 호오를 말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한건축사협회는 우리를 둘러싼 도시 환경의 변화 추이를 따라가며 현 시점에서 필요한 건축적 섬세함을 고민하려 한다.

지방소멸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대두되고 있다. 대구정책연구원은 대구 내 미분양주택의 증가가 향후 지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 내 주택 공급량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2022년 이후 대구지역에서 분양된 주택 물량이 시작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점이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2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단기간 공급될 예정이다. 이로 인한 대량의 미분양주택과 미입주에 따른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다. 연구원은 타 지역에 비해 특히 더 많은 미분양주택이 발생하고 있는 대구의 상황에 대구시 차원의 대응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구 미분양주택 증가에 따른 대응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대구시의 정책 방향을 제안했다

대구, 미분양주택 1만 가구 이상 단기간 급증 

미분양주택은 주택시장 내 수요와 공급 간의 시기적 불일치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주택은 토지매입부터 착공, 준공까지 통상 3~5년이 소요되는 만큼 적기에 수급 균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미분양주택 증가는 지역경제 위축, 건설업체 부작용, 금융기관의 부실화까지 연결되는 문제다. 그래서 미분양주택 가구 수는 주택시장 상황을 예견하는 사전 지표로 활용된다

20236월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주택 수는 총 66,388 가구로 집계됐다. 공식 통계상의 숫자지만 주택산업연구원은 실질적으로는 10만 가구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미분양 위험선인 68,107 가구는 이미 202212월에 넘어섰으며 20231월에는 75,000 가구를 넘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분양 주택의 증가는 2022년 이후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경기 침체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 결과에 따른 전세매매시장 냉각, 주택거래 절벽 현상 등이 소비심리 하락에 영향을 줬다
 

최근 3년 간 대구 미분양주택 수 추이(자료=국토교통부)
최근 3년 간 대구 미분양주택 수 추이(자료=국토교통부)

대구의 경우 전국에서 가장 먼저 미분양주택 물량이 적체되기 시작했다. 대구 내 주택착공 및 분양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단기간에 주택이 공급돼 주택 수급불균형으로 이어졌다. 2022년 이후 대구에서 분양된 주택 물량의 대부분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미분양주택 수는 11,000가구로 단기간에 증가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2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단기간에 공급됨에 따라 대량의 미분양과 미입주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다. 대구는 지속적인 인구유출로 인한 주택수요 감소, 과잉된 주택공급 계획, 정부의 주택정책으로 인한 간접적 영향 등으로 자생적인 회복이 어려운 실정이다.  

미분양주택 증가 원인수요 고려 않는 공급과도한 분양가 책정주택 수요 감소 

보고서는 대구 미분양주택이 증가한 원인으로 지역 내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공급과 과도한 분양 물량을 꼽았다

대구지역은 2016년부터 20236월까지 수요 대비 과도한 공급이 이뤄졌다. 대구시의 가구 수는 2015년 약 93.7만 가구에서 2022102.3만 가구로 증가했다. 반면 신규 공급된 주택은 11.8만 세대로 동 기간 가구 증감 대비 약 3.2만 세대가 초과 공급됐다. 2023년에는 약 3.5만 세대가 추가로 공급됐다

특히 대구는 최근 몇 년 동안 주택보급률이 낮지 않았음에도 타 광역시 대비 매우 많았다. 2020년 이후 3년간 대구에서 분양된 물량이(55,891가구) 부산에서 5년간 분양된 물량을(55,031가구) 상회한다

과도하게 책정된 분양가도 미분양주택을 발생시키는 원인이다. 20224월부터 202111월까지 대구 지역의 12개월 평균 분양가는 서울, 제주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기존 재고 주택에 비해 높은 분양가로 미분양 주택이 증가했고, 기존주택 보유자가 동일한 규모의 신규 아파트로 구택을 교체하기 위해 처분주택가격의 1.7배 이상의 자금이 소요됐다

주택 수요의 감소도 미분양 주택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대구 내 가구는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비중과 자가점유율 역시 전국 대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외부 투자에 의한 수요 역시 최근 대구시의 주택 물량을 흡수할 만큼 높지 않다. 2021년부터 최근까지 대구시 주택 매매 거래량은 대폭 감소했고, 외지인이 대구시 주택을 매수한 거래량은 2배 이상 감소했다.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미분양주택 물량이 적체되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2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단기간에 공급됨에 따라 대량의 미분양과 미입주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뉴스1)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미분양주택 물량이 적체되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2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단기간에 공급됨에 따라 대량의 미분양과 미입주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뉴스1)

주택수급 조절주거종합계획 위상 강화 등 방안 제시돼 

미분양주택 증가에 따른 문제는 전반적인 경제여건 개선이 동시에 선행돼야 한다. 특히 정부, 지방자치단체, 건설업체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주택 경기상승에 대한 기대로 일시적 공급과다에 따른 미분양주택 문제를 제도 완화, 부동산 활성화 전략, 매입과 같은 공공개입으로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대구가 타 지역에 비해 특히 더 많은 미분양주택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대구시 차원의 대응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공급과 수요 관리 차원으로 나눠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주택 공급물량 시기 조절을 통한 공급관리다.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주택수급을 조절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인허가 시기, 분양 승인 단계, 건축 착공시기, 각종 위원회 심사 시기 등을 통해 주택 공급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의 경우 최소 3~4년 정도의 공급물량 조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주거종합계획의 역할 강화 필요성도 대두됐다. 지방자치단체는 법에 따라 주거종합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개발사업 등에 따른 주택 가구 수를 추정하고 주택사업 준공 완료 시점을 고려해 향후 미분양주택 발생 가능과 추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주거종합계획을 활용한 대구시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주거종합계획의 역할 확대를 위해서는 정확한 주택수요 추정 등이 전제돼야 한다. 또한 주택과 관련된 대구시 정책이 주거종합계획을 중심으로 수립돼야 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위상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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