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축 NOW–RIBA International Awards for Excellence
창의적으로 빗물 모아 지하수 대체
현지 조달된 벽돌로 건물 환기·온도조절 가능해

 

건축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한 번 건축되면 되돌리기 어렵고 오랜 시간 동안 상시 사람들이 이용한다. 때문에 건축사는 설계에 앞서 건축물이 미칠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역마다의 특색과 환경이 다른 만큼 사회 전체를 조망해 보는 거시적 안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대한건축사신문은 매년 발표되는 주요 해외 건축상을 톺아보려고 한다. 대체로 건축상은 시대적, 사회적 경향성을 담은 작품을 선정한다. 건축상을 살펴봄으로써 현재 건축계가 지향하는 일종의 시대정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에는 영국왕립건축사협회가 선정한 우수 해외 건축물을 소개한다.

RIBA는 디자인의 우수성과 사회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영국 외 지역에 세워진 건축물에 RIBA International Awards를 수여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인터내셔널 어워드는 영미권의 건축과 달리 국가별 지리적, 사회적 특수성과 문화가 반영된 건축물이 선정됐다. 대한건축사신문은 수상작과 후보작 등을 살펴보며 사고의 확장을 도모하려 한다

우정 병원(Friendship Hospital Satkhira). 카세트 마뭅 초두리는 창의적으로 빗물을 모으는 운하 조경을 설계해 건물을 둘러싼 물이 건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했다. 또한 현지에서 조달된 벽돌이 자연 환기를 도와 온도를 효율적으로 조절할 뿐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지역의 문화적 특색을 반영했다. (설계=Kasef Chowdhury, 사진=Asif Salman/URBANA)
우정 병원(Friendship Hospital Satkhira). 카세트 마뭅 초두리는 창의적으로 빗물을 모으는 운하 조경을 설계해 건물을 둘러싼 물이 건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했다. 또한 현지에서 조달된 벽돌이 자연 환기를 도와 온도를 효율적으로 조절할 뿐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지역의 문화적 특색을 반영했다. (설계=Kasef Chowdhury, 사진=Asif Salman/URBANA)
우정 병원(Friendship Hospital Satkhira) (설계=Kasef Chowdhury, 사진=Asif Salman/URBANA)
우정 병원(Friendship Hospital Satkhira) (설계=Kasef Chowdhury, 사진=Asif Salman/URBANA)

방글라데시 아키텍트 카세프 마뭅 초두리(Kasef Chowdhury)2021년도 RIBA International Awards를 수상했다. 그가 설계한 우정 병원(Friendship Hospital Satkhira)은 방글라데시 농촌지역 주민을 위한 지역 병원으로, 지역 자선가의 토지 기증으로 병원이 설립됐다. 이 지역은 한때 곡물 재배지였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더 이상 농경활동이 불가해졌다. 더불어 지하수를 사용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카세트 마뭅 초두리는 창의적으로 빗물을 모으는 운하 조경을 설계해 건물을 둘러싼 물이 건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했다. 빗물 수집 운하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정수 후 실제 활용도를 높였다

이 병원의 특징은 단순한 계획과 디자인에 있다. 주재료로 벽돌을 활용해 예산을 절감하고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현지에서 조달된 벽돌이 자연 환기를 도와 온도를 효율적으로 조절할 뿐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지역의 문화적 특색을 반영했다. 한정된 예산과 상황의 제약 속에서 진행됐지만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밑바탕이 돼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우정 병원은 불평등한 의료 접근, 취약한 지역 사회 기반, 기후 위기 등 중차대한 범지구적 문제와 관련이 깊다. 심사위원들은 실질적으로 기후 변화를 견뎌낼 수 있는 건축물을 설계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우정 병원을 건축이 사회적 역할을 한 사례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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