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건축사 개인의 역량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건축사보 또는 관계전문기술자와 협업하여 조직화가 필요한 업무도 있지만 결국 전문가로서 건축사가 책임을 가지고 결정하며 진행돼야 하는 업무이다. 이러한 건축사에게 협회란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가. 건축사의 권익을 보장하고 부당한 책임을 감당하지 않도록 하며, 적절한 업무대가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건축과 관련된 법에 대해 권위를 가지고 해석해 줘야 하며, 건축사의 권익을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행하여 이것이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나아가 건축이 문화가 되어 대중이 건축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최근 들어서 건축은 유독 언론과 대중들로부터 많은 책임과 질타를 받았다. 건축사가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타 분야 전문가들의 실수와 부주의, 사회 시스템에 의해 통상적으로 이루어져왔던 사항들까지 구분되지 않고 건축사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왔다.

여기에 더해 이러한 상황을 기회로 삼아 타 분야에서 건축사 업무의 일부를 분리해 내고자 하며, 건설 카르텔이라는 프레임으로 혁파 대상처럼 비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문제점이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으나 건축사는 카르텔은커녕 과당경쟁과 덤핑 수주로 제살을 깎아내고 있다. 이러한 언론의 보도는 대중의 오해와 불신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다양한 경제지표가 당분간의 건축사 업무가 침체기일 것으로 예상하게 만든다. 이 시기에 민간 건축물 설계대가 기준이 완성되어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으면 건축사가 존립하기 어려울 것이다. 제대로 받고 제대로 설계하도록 해야 한다.

설계자의 의도가 표현되지 않은 허가도면만으로 현장에서 알아서 설계하니, 저렴한 재료로 바뀌고 공사비가 증액되며 하자가 발생하면 의도치 않게 건축사도 불신의 대상이 되어버릴 수 있다. 건축사가 재료와 시공방법을 결정해야 하는데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지켜지며 임의로 변경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건축이 부동산이나 다른 가치로 작용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문화와 예술적인 차원에서의 건축이 가지는 입지를 확고히 하고 대중이 이에 대해 더 많은 경험과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협회가 추진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 삶에서 접하는 가장 크고 비싼 것이 건축인데 이것이 좀 더 아름답고 의미 있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인식돼야 한다. 건축이 교양으로 교육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바야흐로 선거의 시즌이 돌아왔다. 협회장 선거를 비롯하여 전국 각 시도, 지역에서 선거가 치러졌거나 진행 중이다. 앞서 언급한 사항들을 충실히 이끌어줄 후보가 선택될 수 있도록 모든 회원의 관심과 투표 참여가 필요하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모든 회원들이 협회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그것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함께하는 것이다. 건축사 개인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협회의 의미와 추진되는 일들에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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