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연구소장(사진=김남국 연구소장]
김남국 연구소장(사진=김남국 연구소장]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를 읽었다. 이 책을 통해 공개된 일론 머스크의 다양한 스토리는 전략과 리더십에 관심이 많은 필자의 입장에서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 많았다. 리더십과 전략에 대한 통념과 전혀 다른 접근이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론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달성하기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직원들에게 강요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뜻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듯한 주장을 하거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해고한다.

가혹한 폭언과 압박으로 직원들의 영혼을 탈탈 터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머스크가 공장에 나타나면 직원들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숨기 마련이다. 이는 최근 조직 관리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두려움 없는 조직(fearless organization)이란 주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로켓 엔진의 출력을 대폭 높이면서 가격을 10분의 1로 낮추겠다는 과감함 목표 달성을 위해 머스크는 50여명의 엔지니어와 매일 회의를 했는데 주로 밤 11시쯤부터 시작된 회의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주말에도 이 회의는 계속됐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머스크의 이런 측면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놀라운 성과의 원천을 공포와 과도한 괴롭힘에서 찾는다면 유용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현실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일론 머스크(사진=pixabay)
일론 머스크(사진=pixabay)

머스크의 진정한 교훈은 전혀 다른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 머스크는 인류 전체의 공익에 기여하는 명백한 정당성에 기초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다. 머스크는 지구에 재앙이 생기는 상황에서도 인류가 명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화성을 정복한 다행성 종족이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우주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이미 충분히 NASA나 각국정부의 요구사항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화성에 갈 수 있을 때까지 끝없이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또 기후변화의 주범이 된 석유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려 환경 문제에 획기적 진전을 가져오겠다는 강력한 목적의식을 갖고 전기차를 개발했다. 기술적 난제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 기능을 도입하는 것도 단순히 전기차를 팔아 돈을 벌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목적의식 덕분에 가능한 접근이었다. 많은 문제를 갖고 있는 금융업을 완전히 싹쓸이하기 위해 트위터를 인수해 SNS와 금융산업의 접목도 모색하고 있다.

두 번째 고성과의 원천은 모든 기존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다. 심지어 법률로 규제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왜 그런 규제가 만들어졌고 누가 만들었는지 연구하고 조사해 문제가 있다면 따르지 않는다. 로켓에 들어가는 쿨링 시스템이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갖고 과감하게 관행을 탈피해 가정용 에어컨을 개조한 부품을 만들어 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인 사례도 있다.

결국 압도적 명분에 기초한 목적의식, 그리고 모든 관행과 제도, 시스템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고성과의 원천이다. 여기에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면 더 좋았겠지만 개인적 성향과 질병(아스퍼거증후군) 등으로 인해 머스크 특유의 공포 리더십이 발현되었을 뿐이다. 공포 리더십을 대체할 수 있는 더 좋은 대안은 아주 많다. 확고한 목적의식도 없고 관행을 뒤엎을 만한 통찰이나 역량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공포 리더십만 벤치마킹 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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