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부대는 어디인가 

- 조인호
 

내 친구는 군대 가기 싫어서 하루 종일 통조림만 먹었다 우적우적 먹고 또 먹어서 뚱뚱한 참다랑어처럼 잔뜩 배가 불렀다 입영통지서가 날라오던 날 마침내 내 친구는 사라졌다 식탁 위 고요한 통조림 하나 달랑 남겨두었다 내 친구의 부대는 어디인가 나는 궁금한 마음에 훈련병의 편지를 뜯어보듯 통조림 뚜껑을 서걱서걱 잘라내었다 뻥 입 뚫린 통조림 속에는 국방색 모포 같은 새벽이 들어 있었다 훅 땀냄새가 풍겼다 소금에 절여진 내 친구의 군가 소리가 찌디짜게 울렸다 사방이 철책으로 둘러싸인 밀봉의 연병장에서 완전무장 구보를 하는 내 친구가 있었다 손에 들린 소총의 총구만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내 친구의 눈빛, 캄캄한 물음을 둥글게 가둔 저 진공 상태의 눈빛, 생선 눈깔! 나는 그만 통조림을 닫아버렸다 뻥 입 뚫린 통조림의 이야기를 막아버렸다 담배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 그곳에서 나는 보았다 행군하는 병사들처럼 줄지어 서 있는 통조림들을 보았다 서로 다른 통조림 속마다 어린이 같은 병사들의 편지가 신선하게 들어 있었다 어떤 통조림 속에선 누군가의 잘려나간 검지 하나가 까딱까딱 깡통을 두들기기도 했다 나는 몇 개의 통조림을 샀다 새벽의 거리를 지나는 동안 통조림들은 비닐봉투 안에 담겨 달그락거렸다 그 둔탁한 이야기를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뻥 입 뚫린 통조림은 식사 내내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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