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A Award for Excellence in Public Architecture
제니퍼 세이지, ‘즐거움’ 주제로
예산 절감하며 인간 중심적 디자인
건축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한 번 건축되면 되돌리기 어렵고 오랜 시간 동안 상시 사람들이 이용한다. 때문에 건축사는 설계에 앞서 건축물이 미칠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역마다의 특색과 환경이 다른 만큼 사회 전체를 조망해 보는 거시적 안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대한건축사신문은 매년 발표되는 주요 해외 건축상을 톺아보려고 한다. 대체로 건축상은 시대적, 사회적 경향성을 담은 작품을 선정한다. 건축상을 살펴봄으로써 현재 건축계가 지향하는 일종의 시대정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에는 공공장소의 디자인적 우수성에 주안점을 둔 AIA 공공 건축 우수상을 소개한다.
공공성은 건축과 떼어놓을 수 없는 화두다. 건축이 현재와 미래 거주자, 그리고 지역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 삶 전반에 영향을 주는 만큼 공공건축은 취약한 커뮤니티를 포용하고 누구나 제약 없이 이용 가능한 평등성을 담보해야 한다.
특히 공공건축은 사회 인프라인 만큼 항상 포용적이고 민주적인 면이 요구된다. AIA의 공공건축 우수상은 공공건축의 특성을 반영한 우수한 공공 디자인을 통해 대중의 인식을 높인 아키텍트에게 수여된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제니퍼 세이지(Jennifer Sage)는 공공시설의 서비스 수준과 접근성 표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그는 뉴욕시 디자인과 건설부와 협업해 뉴욕의 도서관, 소방서, 예술센터, 공원 등을 작업했다. 각각의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테마인 ‘즐거움’을 주제로, 예산을 절감하며 인간 중심적 디자인을 진행했다.
제니퍼 세이지의 대표 프로젝트 중에는 브롱스 강 인근에 위치한 브롱스 리버 아트센터(Bronx River Arts Center)가 있다. 그는 건물의 전면부를 비롯해 내부 공간까지 새롭게 재구성했다. 내부 공간을 재구성하면서 기존에 없던 갤러리, 강의실, 공개 이벤트 공간 등을 추가했다. 이 건축물이 인상적인 점은 외부 디자인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채 아트센터 인근의 지하철 고가에서 보이는 건물의 가시성(visibility)을 활용해 기존 건축물을 새롭게 브랜딩을 한 것이다. 이렇게 절약된 예산은 브롱스 강의 홍수 예방과 건물 보호, 복원력 측정에 사용되고 있다.
노구치 박물관(Noguchi Museum)의 공간 리뉴얼도 공공 공간이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한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는다.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의 작업실을 미술관으로 개관한 이곳은 원래 석판화 공장이 위치해 있었다. 제니퍼 세이지는 조각가의 미학 공간을 찾는 관람객에게 그 분위기와 특성을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 구현했다. 전시 작품의 효과적인 구성뿐 아니라 예술가의 미학으로 공간을 구성한 것이다. 이 박물관은 공공과 민간의 자금을 통해 리뉴얼이 진행됐으며, 각각의 예산과 목적에 맞는 공간을 구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공원 화장실 개선 프로젝트는 뉴욕 내 모든 공원 화장실에 채택된 디자인 모델이다. 화장실 외관은 푸른색 유리벽돌과 스테인리스 스틸 스크린, 멸균 콘크리트 블록으로 구성됐다. 유리벽돌과 스테인리스 스틸 스크린으로 하늘과 구름을 디자인했다. 내부도 복사 바닥 난방을 적용해 온기를 제공하며 창문을 설치해 자연스러운 환기가 가능하도록 했다.
제니퍼 세이지는 Northeast Corridor 철도 노선을 가로지르는 보행자 다리와 Newark Penn역 기차 플랫폼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도시 공간을 설계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도시 변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