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게임.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소수의 마피아가 선량한 시민들을 지목하여 게임 속에서 죽임을 당하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적절한 추론을 통해 마피아를 찾아내야 한다. 이 게임에서 마피아는 최대한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선량한 시민인 척 연기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며 다른 선량한 시민을 마피아로 몰아세우는 연기를 하기도 한다.

건축 설계공모의 현실을 듣고 이야기하다 보면 마피아 게임이 생각난다. 사무소에서 열심히 설계안을 작성하는 건축사는 낮에 활동하는 선량한 시민이고, 비밀리에 하지 않기로 서약한 일들을 하는 건축사와 심사위원은 밤에 활동하는 마피아다.

본지 지난 호를 통해 소개되었지만 11월 7일 대한건축사협회에서 공정설계공모 추진을 위한 위원회가 열렸다. 공개된 자료들을 분석하여 규정상의 심사 횟수를 초과하여 참석한 심사위원들을 확인하는 등 벌써 이 위원회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제도를 지키도록 하는데 적잖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11월 1일에는 조달청에서 ‘설계공모 제도개선 간담회’가 열렸다.

이곳에서는 심사위원에 건축사의 비율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제출물을 줄여서 현재 설계공모가 과당경쟁을 통한 소모전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요청 등 다양한 사항들을 개선 요청했다.

하지만 여전히 마피아들이 활동하는 것을 느낀다. 설계공모에 자주 참여하는 건축사들은 어느 심사위원이 로비를 받기로 유명한지, 지역별로 손에 꼽기도 한다. 어느 심사위원은 어떤 식으로 로비를 받는다는 내용을 정리해둔 것이 마피아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노하우이며 비밀 교과서가 된다고 한다. 이전보다는 조심스러워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인맥을 통해서 접촉이 이루어지는 정황들이 여전히 살펴진다.

그런데 언제까지 물증이나 확증이 없다고 이를 내버려 두어야 하는가. 로비를 근절하자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점점 더 비밀스러워지고 조심스럽게 로비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있으면 안 될까. 소문이 파다한 위원들을 심사에 배제할 수 있는 근거는 없을까. 소문은 아니 땐 굴뚝에서 나지 않을 것이다. 자주 거론된다고 법적인 형벌을 줄 수는 없겠지만 추후 심사에 배제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국토부에서 감리현장을 임의로 선정하여 모니터링하기도 하고, 세무서에서 세무조사를 하기도 하는 것처럼, 심사위원도 임의로 모니터링하여 사전접촉이나 로비의 정황을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공공건축의 미래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인사들이 서약서 한 장에 양심을 팔고 있다면 제재해야 하지 않은가. 로비 받으려고 하는 심사 참여자는 제발 좀 그만 두시길 바란다. 더 이상 마피아가 선량한 시민을 죽이고 승리하는 경우가 없도록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정말 좋은 계획안에 심사위원의 안목이 더해져 당선작이 선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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