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민 건축사(사진=정종민 건축사)
정종민 건축사(사진=정종민 건축사)

전통건축에서 조경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현대건축도 비슷하지만, 전통건축은 단순히 건물만을 지칭하진 않는다. 대문, 담장, 조경에 따른 석물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전통건축이 완성된다. 정원의 분류로는 별서정원과 주택정원, 별당정원으로 나눈다. 정원의 뜻을 세분화한다면 정원(庭園)과 원림(園林) 그리고 원림(苑林)이 있다. 정원이란 말은 일제강점기 때 조경과 함께 일본에서 들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화계나 뜰, 화원으로 통했다.

일본은 선진국으로 발전하면서 본인들의 전통정원을 계속 발전시켰다. 주민들은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신분의 위협을 느껴 주로 집안에다 축소지향형식으로 만들었다. 반면 중국은 스케일이 크다보니 조망이 좋은 곳으로 유도하며 그 안에 인공적인 요소를 다수 담아냈다.

거기에 비해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유래한 정원을 그대로 모방한 것으로 보이지만, 화계나 뒤뜰 그리고 화원이라 해서 넓은 마당가에 방지와 함께 낮은 수목으로 꾸며 우리 나름의 독창성을 발휘했다. 더 중요한 것은 집밖에서 경치를 빌려온다는 ‘차경借景수법’을 아주 유용하게 적용해 집안조경과 어울리게 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담장을 눈높이로 해서 사생활만 보호하고, 주된 조경공간은 담장 밖이 되는 것이다.

조경은 전통건축 중 양반살림집 한옥에서 두드러지는데, 사생활보호의 역할인 담장과 비어있는 마당 그리고 뜰(정원), 방지(연못)의 어울림이 뛰어나다. 각 채 건물의 꾸밈새에 있어서도 내·외부의 뜰과 연속성이 탁월하고 마루공간(대청)의 접경미(接境美)가 참으로 아름답다. 건물과 뜰과 담장 밖의 조화는 물론, 환경공학적인 균형이 알맞게 유지되어 쾌적성도 뛰어나다.

이러한 요소는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조경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도 한 원인이다. 국가나 개인이 조성하는 조경공간을 진정한 전통정원으로 조성한다면, 국민의 삶의 질을 한층 더 풍요롭게 할 것이다. 

모든 산업이 경제적인 것으로 평가 받지만,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는 정원만한 것이 없다. 기존 전통정원과 더불어 전국 여러 곳에 정원(공원)을 조성한다면 국민의 정서함양이 될 것은 확실하다. 

전통건축에서 조경의 영향은 그 영역에 있는 건물의 가치를 가늠할 정도로 대단히 중요하다. 전통정원은 조경이 주된 요소가 되고 건축이 부속시설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3대 별서정원이라고 하는 담양 소쇄원이 그렇고, 완도 세연정이 그러하며 영양 서석지도 그렇다.

다만 국적불명의 정원은 보기는 좋을지 모르지만, 깊이나 의미가 없으며, 이를 전통정원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전국 유명 전통정원을 찾아 거닐면서 옛사람과의 대화를 시작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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