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원 건축사(사진=권태원 건축사)
권태원 건축사(사진=권태원 건축사)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모든 행정업무와 이에 따르는 책임이 건축사에게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을 짚어보고자 한다. 대형 건설현장에서는 상호 계약관계와 업무구분이 명확한 편이지만 소규모 건설현장에서는 그야말로 건축사가 모든 행정업무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는 건설현장 사고들이 결국엔 문서로서 귀책 여부가 판명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매우 중요하다.

국가에서는 건축사 자격 취득 이후 업무수행에 대한 생애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5년마다 건축사 자격등록 갱신을 하도록 하고 있다. 건축사들은 지속적으로 실무교육을 받아야 하며 최근 LH 부실공사와 같은 사회적 이슈로 공사감리 전문교육도 추가되었다.

그런데 건설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이런 교육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현장에서 실제 공사를 하시는 건설업계 종사자들 상당수가 전문교육을 받지 못한 일용직들이고 몇 년 전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일선 현장에서 철근을 심고 있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기술교육과 안전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건설업계에 묻고 싶다. 결국 소규모 건축물을 설계하는 건축사들은 이런 어려운 상황에 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몰려있다.

건축행위에서 건축행정의 주체는 건축주이며 건축사는 인가·허가·승인·신청 등 업무대행을 수행할 수 있도록 건축사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에서도 건축사의 업무범위에 업무대행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설계업무와 업무대행은 명백히 다른 것임에도 설계자는 착공신고와 사용승인에 대한 커다란 압박과 강요를 받고 있다. 특히 사용승인은 건축물의 안전과 위법성에 대한 책임이 연관되어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건축주와의 계약관계로 애매하게 정리할 게 아니라 이제는 사용승인 단계에서 업무주체를 법제화하여 공사한 결과물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공사 시공자가 준공절차에서 그 결과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하는 너무나 당연한 그림에서 서류만 챙겨주는 모양새로 빠져있고 그것도 설계자가 모든 서류들을 검토해서 잘못된 서류들을 재요청하며 마무리를 해야 한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광고 문구처럼 구분해야 할 당위성이 있는 것은 제도적으로 구분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감단계에서의 공사품질도 현장에서 자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설계도면의 무리한 디테일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상당 부분은 마감공정의 순서와 시공성 그리고, 임의 자재 변경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허가권자 지정감리 현장은 건축공사 감리세부기준의 공사감리중간보고서 제출 공정이 골조 중심이다 보니 마감단계에서의 관리 감독이 현실적으로 건너뛰어지고 준공 절차를 밟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의 마감 품질 확보를 위해 공사감리중간보고서 제출 공정을 골조 중심에서 방수, 창호, 외부마감 단계까지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감리세부기준에 비상주 공사감리의 경우 단열 및 창호공사 완료 시, 마감공사 완료 시 현장 방문을 하게끔 되어 있으나 공사감리중간보고서 제출 규정에는 없다.) 법적 강제력이 생기면 시공자도 임의로 자재 변경이 어려워지고 공사감리자도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품질도 개선될 수 있다. 건축물의 품질은 마감단계에서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에 마감단계를 조금만 챙겨도 건축물 하자 발생 가능성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건설현장에서 종합조정업무 역할을 건축사가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책임의 주체일 이유는 없다. 법제화를 통해 건축행정절차별 주체자를 명확하게 하고 이에 상응하는 책임과 대가의 균형이 바로잡히길 기대한다. 나아가 공사품질관리에 대한 안전장치를 통해 설계자의 노력이 조금이라도 빛을 발하고 공사감리의 업무범위 확대로 인한 대가기준 상향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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