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석 건축사(사진=정창석 건축사)
정창석 건축사(사진=정창석 건축사)

트릴레마(Trilemma)는 그리스어로 숫자 3을 의미하는  ‘트리(tri)’와 ‘보조정리(정리를 증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보조적인 명제)’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레마(lemma)’의 합성어이다. 3가지의 문제가 서로 얽혀 있어 어떤 선택을 해도 남은 두 가지 혹은 한 가지의 문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때 이를 트릴레마라고 한다. 학술적 용어로서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영국의 성직자 필립 헨리(Philip Henry, 1631-1696)에 의해서였다. 이후에 트릴레마는 각 분야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3가지 문제의 충돌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인터넷에서 퍼온 글이다. 

이 말은 작금의 시기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국가 간 무역규제 등으로 인한 저성장, 인플레이션이 가져오는 화폐가치 저하로 인한 고물가와 코로나19 시기의 과도한 유동성 확대와 감세로 인한 국가부채,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개인의 부채 문제 등, 이 세 가지 문제가 트릴레마의 상황이 되었다. 경제적 한파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맞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건축이 아닌가 생각한다. IMF를 겪은 세대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보다 덜하다고 말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축을 하고자 설계 의뢰하는 건축주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그나마 건축하고자 하는 용감한 분들은 수익이 되는 아이템이 있는 건축만을 하려고 “건축사님 이런 아이템이면 수익이 날까요?”, “은행에서 PF를 발생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용적률은 어떻게 하면 더 올릴 수 있나요?”, “공법을 바꾸면 공사비가 얼마나 줄어요?”와 같이 질문의 대부분이 경제적인 고려에서 나온다.

필자 역시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PF 대출자금을 어떻게 하면 많이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설계변경을 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건축문화제가 있어 작품을 출품하게 되었다. 건축 과정을 함께하고, 입주 후에 만족감이 높았던 건축주의 부탁으로 출품을 하였지만, 나름 부지 조건을 잘 해석했고, 완성도 역시 있었다고 판단했는데, 결과는 예상과 반대였다.

속이 상했다. 현실에 치이는 일상 속에서도 창작활동에 대한 성과에 대한 기대는 있었기 때문이다. 심사는 누가했는지와 같은 궁금함이 있었지만 마음을 돌렸다. 원고를 작성하면서 다시 생각해 봐도 건축설계에 관한 평가와 심사는 건축사가 주가 되고 나머지 전문가들이 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건축문화적으로 앞선 많은 나라들의 건축 관련 심의, 심사에 실무를 하는 분들이 주 심사원이 되는 경우를 보아 이제 관련 분야에서 건축사의 권리를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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