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하 건축사(사진=최준하 건축사)
최준하 건축사(사진=최준하 건축사)

누구나 제목은 한 번쯤 들어봤을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존중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하자는 나름의 교훈(?)을 주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셀러다. 이 책의 제목을 빌려 글을 쓰는 이유는 허가 건을 접수하면서 우리 건축사와 허가권자의 관계를 표현하는 적절한 문장이지 않나 해서이다. 2007년 처음으로 건축사사무소에 입사해 설계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현재 창업한 건축사사무소에서 설계를 진행하기까지 가장 머리 아픈 상황 중 하나는 같은 법을 가지고, 우리와 다른 해석을 하며 허가를 내주지 않는 허가권자를 설득시키는 것이다.

허가권자와의 협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건축주와 설계를 진행하는 것보다 몇 배는 힘들고, 몇 배는 더 스트레스를 받으며, 무엇보다도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것이 바로 시간이다. 전혀 생각지도 않는 부분에서 의외의 다툼이 생기고, 이로 인해 설계의 고통보다 힘든 설득의 고난이 시작된다.

일을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의견충돌이 있었지만, 그 중 대표적인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면 주택의 확장 발코니 부분에서, 지자체만 다를 뿐 똑같은 내용으로 허가권자와 다툼이 생긴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외측 벽으로부터 깊이 3.3미터 침실에서 확장 발코니를 1.5미터 적용하여 면적공제를 하고 설계에 적용했다. 나머지 전용되는 부분은 1.8미터이다. 그런데 담당자가 나머지 전용되는 부분의 깊이를 최소 2.1미터를 확보하라고 보완의견을 냈다.

나는 “그런 기준은 어디에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담당자는 “발코니 설치기준에 있잖아요”라고 했다. 필자는 그 어디서도 최소 2.1미터를 확보하여야 한다는 법과 기준을 본 적이 없다. 당연히 나는 발코니 구조 및 설치기준을 출력하여 담당자에 내밀었고, 담당자는 그래도 최소 2.1미터는 확보해야 원상 복구했을 때 사람이 지낼수 있는거 아니냐고 했다.

그 기준은 누구의 기준인 것일까? 건축사의 기준이 맞을까, 허가권자의 기준이 맞을까? 답은 누구의 기준도 맞지도 틀리지도 않다. 그저 생각이 다른 것이다. 각자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서로 얼굴을 붉히며, 상처를 준다.

나는 허가권자와 원만하게 지내길 희망한다. 건축사가 되고서 허가권자와의 관계를 매번 생각해본다. 서로 싸우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 다툼의 피로와 상처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가 고민의 시작이자 마침표이다. 상호 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서로를 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같은 건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서로 자주 대화하고 교류를 하다보면, 언젠가 서로가 모두 만족하는 서로의 기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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