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지방 소도시…규모보다 한옥의 완성도 높이 평가해

어번디테일건축사사무소의 최지희, 류와 건축사사무소 류종미, 건축사사무소 하오 김세원 건축사(왼쪽부터) (사진=최지희,류종미,김세원 제공)

금년도 대한민국 한옥공모전 수상작이 발표됐다. 준공 부문 대상은 정다운 집(설계 어번디테일건축사사무소의 최지희, 텐들러 다니엘)’이 받았다. 이 작품은 여백이 느껴지는 한옥 고유의 공간이 잘 구현됐으며 완성도가 높아 현대 주거문화에서 한옥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한 시사점이 큰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금상은 '천일 한의원(설계 류와 건축사사무소 류종미, 강성원, 김소희)'화림원(설계 건축사사무소 하오 김세원, 이홍원, 김계원)'이 수상했다.

대한건축사신문은 준공 부문에서 수상자인 최지희, 류종미, 김세원 건축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다운 집(사진=Hooxme 이상훈)
정다운 집(사진=Hooxme 이상훈)

Q. ‘2023 대한민국 한옥공모전수상 소감과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께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궁금합니다.  

최지희 건축사 단독주택의 규모로 인해 큰 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심사위원의 좋은 평가와 함께 장관상을 받게 돼 무척이나 기쁩니다. 올해는 어번디테일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한 지 10년 차가 되는 해입니다. 그 시간동안 구가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에서 함께 일했던 텐들러 다니엘과 함께 호흡을 맞춰왔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서울시 우수한옥 대상과 한옥공모전 수상 등을 통해 우리의 방향이 맞게 나아가고 있다는 인정을 받은 듯해 큰 힘을 얻었습니다.    

류종미 건축사 큰 규모도 아니고, 서울과 인접한 지역도 아닌 지방 소도시의 유일한 한옥 건축물이 한옥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게 돼 놀랐습니다. 더불어 관심을 가져주심에 감사한 마음이 크고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공공건축이 아님에도 작은 마을에서 공적인 역할을 하는 공간의 가치를 알아봐 준 점이 개인적으로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김세원 건축사 2016년에 이어 금년도 대한민국 한옥공모전에서도 상을 받았습니다. 두 개의 건축물 모두 설계, 시공, 준공까지의 모든 과정에 열정을 다해 작업했기에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설계를 맡겨주신 건축주와 어려운 여건에서도 공사를 진행하신 도편수께도 감사드립니다.  

천일한의원 (사진=박채영 사진작가)
천일한의원 (사진=박영채 사진작가)

Q. 작품 설계과정에서 염두에 두셨던 점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지희 건축사 정다운 집은 은퇴한 부부가 여생을 보내고 이후에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집을 지향합니다. 그래서 생활에 불편함이 없으면서도 전통적인 한옥미를 갖춘 한옥을 설계했습니다. 긴 대지의 형태를 이용해 사랑채와 안채로 채 분리를 했습니다. 전통 대청의 연등천장을 살리고자 2층은 대청을 피해, 대지의 안쪽 끝에 최소한으로 배치했습니다. 이러한 2층의 배치는 도로 측 전면에서는 단층 한옥으로 인식이 돼 좀 더 개방감 있는 편한 느낌을 줍니다. 안마당에서는 낮은 남측을 통해 하루 종일 볕이 잘 들면서도 위화감 없는 공간감을 줍니다

류종미 건축사 원래 설계는 한옥 한 채에서 시작했지만 탕전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한의원이기에 탕전실 기능을 강화해 탕전실을 독립적으로 분리하는 설계로 최종 진행됐습니다. 한옥은 순수하게 진료를 위한 진료동으로, 연구동은 안전한 탕전을 고려해 현대적 콘크리트 건물로 설계했습니다. 별동으로 분리되고 형태와 규모도 각각의 모습을 지니게 됐지만, 한의원으로 동작하는 하나의 군집이기에 맞닿는 부분의 동선 연결과 형태적 가감이 중요했습니다. 상호 비어짐으로 연결된 2채는 결론적으로는 하나의 마당을 품은 큰 ㄷ자형의 전통적 한옥 배치를 유지하고 있어, 또 다른 형태의 발전된 한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세원 건축사 화림원은 소박하고 평범한 한옥을 만들려는 의도에서 시작됐습니다. 전형적인 시골마을 입구에 두 개의 도로와 접한 삼각형 대지에 예전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 같은 한옥 말입니다. 8개월에 걸쳐 화림원의 설계를 마치고, 시공을 시작했을 때 건축주가 집과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달라는 요청을 한 게 기억에 남습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한학자를 통해 상량문(上樑文, 새로 짓거나 고친 집의 내력 등을 적어둔 문서), 택호(宅號, 성명 대신 집주인의 이름, 고향명 등을 붙여 집을 가리키는 호칭), 당호(堂號, 집에서 따온 집주인의 호)를 지었습니다. 이 건물을 시제로 한시를 지어 기둥에 주련(柱聯, 기둥이나 벽에 장식으로 써 붙이는 글귀)을 더해 마무리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화림원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화림원 (사진=건축사사무소 하오)
화림원 (사진=건축사사무소 하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최지희 건축사 저희의 근간인 한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현대 건축물 속에서 개념적으로든 형태적으로든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합니다. 또한 목구조와 친환경 건축에 대한 전문성을 계속해서 더 쌓아, 거주자에게 적합한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류종미 건축사 건축주와의 호흡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천일한의원도 우연한 인연과 꾸준한 소통으로 건축주가 원하던 건축물이 완성됐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진심으로 소통하면서, 규모의 제약과 한계를 넘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설계하는 건축사이고 싶습니다.  

김세원 건축사 전통적인 목구조 형식의 한옥을 설계한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만, 경제적이고 현대적 재료를 사용해서도 꾸준히 작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편안하면서도 아름다운 전통 공간의 구성을 사용자가 느끼고,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려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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