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구조 분리발주 ‘건축법 개정안’ 반대 성명서 발표

한국건축가협회, 새건축사협의회, 한국여성건축가협회, 한국건축설계학회, 서울건축포럼 참여

건축사협회 석정훈 회장 “LH 사태는 저가수주 경쟁·설계 및 공사기간 절대적 부족·감리독립성 결여가 복합된 결과, 구조설계 분리로 건축물 안전 해결 불가”

단체 간 논의, 주무부처와 사전협의조차 없는 졸속 입법 철회 촉구

대한건축사협회 등 건축전문가 6단체가 모여 11월 9일 건축사회관에서 졸속입법인 건축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대한건축사협회 등 건축전문가 6단체가 모여 11월 9일 건축사회관에서 졸속입법인 건축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건축계가 최근 국회에서 발의(강대식 의원 대표발의)된 건축구조 분리발주 건축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단체 간 논의도, 주부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사전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졸속 입법이라며 강도 높은 유감을 표명했다.

건축단체가 반대하는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 2124658)’은 건축물의 설계 및 공사감리시 건축구조기술사가 건축구조 분야 설계와 감리를 별도 계약(분리발주)하도록 하고,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업무의 대행을 건축구조 분야 기술사사무소를 개설등록한 자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11월 9일 대한건축사협회를 비롯해 한국건축가협회, 새건축사협의회, 한국여성건축가협회, 한국건축설계학회, 서울건축포럼은 이날 건축사회관 대강당에 모여 2만7천여 명의 건축사와 50만 명의 건축인을 대표해 법안을 조속히 철회해야 한다며 건축구조 분리발주 건축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한건축사협회 석정훈 회장이 건축구조 분리발주 건축법 개정안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대한건축사협회 석정훈 회장이 건축구조 분리발주 건축법 개정안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단체들은 LH 사고를 비롯한 일련의 건설현장 안전사고가 저가 수주 경쟁, 설계·공사기간의 절대적 부족, 감리의 독립성 결여, 안전불감증과 같은 종합적인 문제에 기인함에도 건축과 구조 업무를 분리하는 것만으로는 설계·감리 과정에서 기술적 오류를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건축사협회 석정훈 회장은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등 건축물 안전 관련 정부 조사와 결과에 대해 건축계 대표 단체로서 깊은 자성의 자세로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 중인 와중에 금번 법안이 발의됐다”며 “문제는 법안 발의로 건축물 안전이 마치 건축과 구조의 문제로 국한·왜곡되는 현실이며, 건축계 단체들은 이 부분을 바로잡고, 개정안의 부당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한다”고 성명서 발표 취지를 밝혔다.

더불어 석정훈 회장은 “해당 법안의 근본적 오류는 구조와 설계를 분리하는 것으로 건축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고, 건축 구조 협력 업무의 책임소재 불분명으로 사회적 비용 증가와 국민의 불편·부담도 가중되며, 건축구조기술사 인력 부족으로 인해 법안 작동 역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석정훈 회장은 “구조설계 즉 구조 디자인은 건축사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며, 이것이 건축설계의 본질이기도 하다”며 “‘구조설계는 건축사, 구조계산은 구조기술사’라는 본질은 건축이 존재하는 한 불변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이어 한국건축가협회 임진우 대외협력부회장은 “건축의 3요소(구조, 기능, 미)가 합리적으로 구현될 때 좋은 건축물이 완성된다. 건축에 있어 구조와의 상호 협력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래서 건축사와 구조기술사는 한 몸이 되어야 좋은 건축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하며, 구조 분리 발주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새건축사협의회 박현진 부회장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은 없고, 건축사와 구조기술사의 계약관계에만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이로 인해 건축서비스를 받는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돼 성명서 발표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제대로 된 대책이 수립된 법안을 마련하던지 발의된 법안이 철회되는 등의 조치가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불편과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다시 한번 제기됐다. 한국여성건축가협회 신경선 수석부회장은 “건축물과 구조체가 분리될 수 없듯이 건축사와 구조기술사는 관계 법률에 의해 설계와 감리과정에서 반복적인 상호협의와 결정, 수정과 확인을 한다”며 “개정법안은 설계 업무 범위 부분의 모호성으로 인해 책임소재에 관한 분쟁과 업무 부실, 설계 및 공사기간과 발주처의 행정업무 증가가 예상되며,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국민의 부담과 불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축사회관 대강당에 진행된 반대 성명서 발표회장 전경.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건축사회관 대강당에 진행된 반대 성명서 발표회장 전경.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한국건축설계학회 신창훈 부회장은 구조 인력 부족의 문제에 대해 “건축은 형태와 공간으로 이뤄지는데, 설계와 구조를 분리하게 되면 건축의 공간과 형태, 또한 건축적 소양이 없는 건축문화의 퇴보가 자명하다”며 “건축구조의 분리 문제가 아니라 구조 인력 부족의 문제, 구조 인력 양성화에 힘을 쏟을 때”라고 일침 했다.

현재 건축구조기술사 사무소(681개)는 건축사사무소(1만6134)개의 약 23분의 1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수도권에 밀집돼 있는 형편으로, 인력부족을 고려하지 않은 구조기술사 업무 확대는 구조업무 협력지연, 불법자격대여, 무자격 용역회사 확대 등의 부작용만 초래한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했다.

아울러 서울건축포럼 박현진 이사는 “구조분야는 건축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분야이지만 단독으로 작동하는 독립적인 기술분야라기 보다 건축을 이루는 중요한 성격의 요소로 훨씬 더 강하게 작동한다”며 “그럼으로 구조분야를 독립시키기보다 건축분야와 구조분야 전문가들이 충분히 서로 협력하고 상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할 것이며, 현장에서도 이런 깊이 있는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성명서 발표 후 앞으로 건축계 단체들은 상호 협력하여 국민 안전과 건축물의 품질을 확보하는 방안을 정부와 국회에 설명하고, 건축물 안전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건축구조 분리발주‘건축법 개정안’반대 성명서. (자료=대한건축사협회)
건축구조 분리발주‘건축법 개정안’반대 성명서. (자료=대한건축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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