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찬 건축사(사진=강영찬 건축사)
강영찬 건축사(사진=강영찬 건축사)

추석 즈음에는 커다란 우리들만의 리그가 있다. 바로 건축사 시험이다. 2020년부터는 5월에도 시험을 보지만 본인의 경우만 해도 1년에 한 번인 시험이 추석 전후에 있어서 명절이 반갑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힘겨운 건축사시험이 있었고, 12월에는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필자의 경우 다행히 여러 번의 시험 끝에 합격을 하여 지금은 개업한지 10년을 향해 시간이 흘러가고 있지만, 가끔 건축사 신문에 실리는 시험공고를 보면 어느덧 무덤덤해진 하루하루의 일과가 부끄럽게 느껴진다.

와이프의 함박웃음과 축하 문자가 가득한 휴대전화로 합격을 확인하던 아침(이름만으로도 서로의 합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때가 있었다)을 시작으로 건축사 자격번호를 읊조리면서, 사무소 이름과 명함 디자인, 사무소 자리를 찾아 분주하게 뛰어다니던 그때의 상황은 개업하신 건축사 모든 분들에게 가슴 뛰었던 순간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무실 문을 연지 10년을 향해 가는 시간 동안 사회적으로도 많은 일이 있었다.  촛불집회와 대통령의 탄핵, 세계적인 한류열풍, 수많은 부동산 대책, 코로나19 바이러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곳곳의 자연재해와 원자재 가격 폭등, 우주로의 도전, Chat GPT 등 인공지능과 같이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났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정신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한 번쯤은 나를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10여 년 전 시험에 합격하고 사무소를 개업한 이후에 사회의 변화에 맞춰 나를 담금질하기보다는 복잡해지는 법과 어려워지는 경제만을 탓하지는 않았던가. 예전의 오래된 지식을 잣대로 기준 삼아 새로운 니즈를 맞추기 어렵다며 회피하지는 않았던가. 일이 없다며 사회적인 불만과 걱정만 하고 있지는 않았던가. 다시 첫 마음으로 돌아가 보자. 하루하루가 희망차고 무엇이든지 다 할 것 같던 그때의 생생하던 나로 말이다.  

‘채근담’에 “역경과 곤궁은 호걸을 단련하는 도가니와 망치다”라는 말이 있듯이, 나 스스로의 변화를 원한다면 나를 힘들게 해서라도 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업하면서 사무실 도장을 만들 무렵 찍은 도장이 새겨진 작은 책갈피가 있다. 그 책갈피에는 <첫 마음>이라는 문구가 있었고, 그 <첫 마음>은 언제나 변함없이 사무실에서 나를 반겨주고 있다. 개업할 때의 상기되었던 나를 가장 잘 알고 있을 <첫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면서 조금은 불편한 환경 속으로 들어가 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10여 년 전에 멈추어버린 “나”로 계속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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