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 고품질 건축설계 기술력과 서비스를 담보하기 위한 과제

민간 부문, 공사비요율 방식 평균대가 0.4% 불과
저가 수주 횡행…건축설계 인력난 갈수록 심각
기술력과 서비스 위주 경쟁(수주)으로 대전환 절실

민간대가기준 마련과 관련해 지난 7월 12일 대한건축사협회에서 ‘건축설계 산업 정상화를 위한 공공 및 민간분야 건축사 대가기준 일원화’ 정책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입법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 10월 4일 ‘건축서비스업 정상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본지가 지난 7월 열린 민간대가 관련 정책 토론회 발제자료와 협회 추진내용을 토대로 건축산업 정상화를 위한 설계대가 현실화 필요성과 방안, 앞으로의 과제를 정리했다.

건축산업의 가치와 시장구조

건축공간연구원(AURI)에 따르면, 건축산업은 국가 주력산업인 자동차(189조 원), 반도체(129조 원), 석유화학(107조 원)을 합친 규모와 맞먹는 매출액 361조 원의 대표적인 내수산업이다. 타 산업에 비해 월등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일자리형 산업이기도 하다. 고용유발계수는 8.6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6.87명)이나 건설산업(8.36명)보다 높다. 무엇보다 국민 일상생활과 밀접한 생활밀착형 산업이다. 건축물의 품질·품격이 국민생활의 질적 수준과 삶의 만족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건축산업에서 국민 세금을 들여 짓는 공공건축물은 전체 건축물의 2.8%, 반대로 민간건축물은 97.2%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토목시장과는 다르게 산업의 주요 진흥 대상이 민간부문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토목시장의 경우 공공발주사업이 대다수여서 나름 적정업무대가가 자리 잡은 데 반해 건축산업은 그렇지 못하다. 2021년 건축서비스산업 실태조사 결과(건축공간연구원)를 보면, 민간 프로젝트 수주 기업을 대상으로 건축서비스 업무 대부분이 수의계약 형식(77.6%)으로 이뤄지며, 건축설계 및 관련 서비스업 평균대가(공사요율방식 수주)는 1%에도 채 못 미치는 0.4%에 불과하다. 턱없이 낮은 대가에 산업이 정체되고, 이것이 건축설계산업 취업을 기피해 인재가 감소하는 원인과도 맞물린다.

건축산업은 공공부문의 경우 적정업무대가가 보장돼 있지만, 워낙 소규모(전체 건축물 중 2.8%)여서 낙수·파급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적정 대가를 받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절실하다. 

건축설계 산업 진흥의 방향과 과제는

무엇보다 현재의 건축설계 산업 생산체계를 가격경쟁 위주의 악순환 구조에서 양질의 서비스 기반의 선순환 구조로 바꾸기 위한 변화가 시급하다.
건축산업 시장구조를 살펴볼 때, 소규모 민간건축시장 정상화와 소규모 민간건축물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한 지원과 유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인허가를 위한 최소 수준의 설계도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건축물을 조성하기 위한 적정 수준의 설계도서를 작성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설계비가 적어 어쩔 수 없이 충분한 도면을 그리지 못할 경우 건축물의 품질과 안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각종 절차 및 기준 강화로 그려야 하는 도면은 많은 상황에서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받지 못할 땐 단순히 건축물의 품질·성능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건축설계산업 발전에도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한다. 설계비는 건축사뿐만이 아닌 구조·기계·조경 등 건축산업 전후방에 지급되는 대가이기도 하며, 나아가 업계 신뢰나 품격, 전문성과 직무 책임감을 떨어뜨리는 위험요소로도 작용을 해서다.

한국건축정책학회 이명식 회장은 “건축물의 안전은 공공과 민간의 구분이 없으나 특히 민간 건축물의 대부분은 1,000㎡ 소규모 건축물로 대가기준 부재로 인한 저가 수주로 설계품질이 저하되고 부실시공으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가격경쟁 위주의 시장에서 건축물 품질경쟁 위주의 시장으로 전환 유도가 돼야 하며, 공공과 민간으로 이원화돼 있는 건축사의 업무범위 및 대가기준을 일원화하여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고 불공정한 대가 경쟁을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에 대하여 건축사의 업무이행보증에 따른 건축주의 건축사 업무대가 지급보증을 의무화해 상호 동등한 계약체결을 유도하고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이러한 민간대가 기준과 더불어 건축사의 건축설계 업무를 세분화하여 각 업무별 작업기간 및 투입인력에 따라 소요비용을 정한 기준인 표준품셈을 마련해, 이것이 민간 대가기준과 함께 적정 대가 지급 환경의 토대를 갖추는 데 ‘양날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또 민간부문 적정대가 기반이 마련되려면 반드시 수준 높은 설계도서 작성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충실한 설계가 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협회가 설계도서를 점검·관리하는 ‘설계도서 검토제’가 맞물려 가동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협회 법제정책처 관계자는 “의무가입제 하에서 민간대가 마련과 더불어 도서검토제 도입으로 설계대가 현실화의 토대를 구축하고, 그러면서도 설계도서의 성능·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보다 탄탄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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