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저작물 중 건축은 0.001%뿐, “건축저작권 필요성 인식 시급”
업계 지속 성장 위해 음악산업처럼 저작권료 사용자로부터 대신 받아내
건축사(저작권자)에게 분배하는 구조 갖춰야

요즘 TV에선 ‘집방’이 넘쳐난다. EBS ‘건축탐구 집’, SBS Biz ‘집 보러 가는 날’, MBC ‘구해줘! 홈즈’처럼 집을 찾는 방송(홈 투어)이 많아졌다. 집을 짓기까지의 여정을 짚고, 건축사가 출연해 전문적 내용을 보충 설명해 주는 역할이 더해지며 아파트라는 인식에 갇혀 있는 우리 주거문화에 집에 대한 건축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 상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이 저작권 관점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건축물들이 저작권법(제4조 제1항 제5호)으로 보호되는 건축저작물이라는 점이다.

건축 콘텐츠 소비·생산이 다양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작권과 관련된 문제와 시비도 늘어나고 있다. 당장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건축물에 대한 영상을 소개하면서 저작권자(건축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성명표시권 침해가 된다. 또 건축작품을 각종 영상 속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설계자로부터 별도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건축사가 수많은 건축작품을 창작하고 설계자로서 활동했지만, 저작권을 인정받거나 건축물을 찍은 영상에 설계자(창작자)로 이름이 표기되는 사례가 드물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저작권 통계(2021년)’를 보면, 종류별 저작물 등록 중 건축 관련 저작권 등록 비중은 0.001%로 96건에 그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술(37.4%, 2만4247건), 음악(4.1%, 2647건)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비중이다.

사실 건축 저작권은 상당히 까다롭다. 건축물 사진을 책에 쓸 경우에는 사진을 찍은 건물을 설계한 설계자(건축사)는 물론 사진가에게도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한다.
대법원은 설계도서와 모형 모두 기능적 저작물이라 하더라도 그 속성상 표현방법이 매우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나름의 구체적 표현을 선택할 방법이 있고 개성이 발휘된다면 일반 저작물성과 동일한 수준으로 판단해 저작물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음악산업과 같이 저작권료를 사용자로부터 대신 받아낸 뒤 저작권자(건축사)에게 분배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건축저작권을 인정받고, 이에 따른 (추가)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저작권법의 해당 조항에 따라 ‘음악저작물 사용료 규정’을 만들어 사용료를 받고 있다.

이 규정은 지상파 방송, 아이피 티브이(IPTV), 브이오디(VOD) 등에 대한 사용료가 명시돼 있는데, 현행 저작권법(150조)은 음저협과 같은 저작권 신탁단체가 이용자로부터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으며, 그 요율이나 금액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얻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유한) 바른 송봉준 변호사는 “건축저작물은 저작권법상 저작권신탁관리업이 인정되기 때문에, 저작권법 제105조에 따라 허가 및 신고절차를 거친다면, 건축서비스산업법에 규정된 건축진흥원 또는 대한건축사협회에서 건축사(저작권자)를 대신해 건축저작물의 저작권을 관리하고, 이 과정에서 저작권료를 대신해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A 건축사는 “현재 각종 TV 프로그램 건축물 영상에 건축사의 이름이 표시되지 않고 있다”며 “음악에 작곡·작사가를 표시하는 것처럼, 건축사를 표기해야 하고, 이에 대한 업계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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