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연구소장(사진=김남국 소장)
김남국 연구소장(사진=김남국 연구소장)

아주 세세한 내용을 보고받고 디테일까지 지시하는 ‘마이크로 매니저’는 ‘꼼꼼하게 일 잘 한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게 될까? 불행하게도 현실에서는 ‘직원들의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가 목격한 마이크로 매니저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불만을 자주 토로했고 조직을 떠나기도 했다. 세세한 내용을 통제하고 명령하려는 마이크로 매니징이 왜 현실에서 부작용을 낳게 될까. 경영 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에서 신경심리학자인 줄리아 디간지의 주장에 따르면 마이크로 매니징은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리더는 세부적인 명령과 통제를 하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은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에서 자존감을 형성한다. 누군가가 나를 세부적으로 통제하고 나만의 주장을 펼 수도 없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분노나 좌절감을 느낀다. 그래서 디간지는 “인간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감내할 수 있지만 지배당하는 느낌은 참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명령이나 통제가 효과적인 상황도 있다. 단체 행동이 필요한 군사 훈련이나 어린 아이처럼 통제가 필요한 경우에는 명령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프로페셔널 조직원들이 함께 고민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 조직에서 명령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오히려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에 반하기 때문에 시종일관 명령하는 스타일의 리더십은 관계의 단절만 가져온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디간지의 주장 가운데 무척 흥미로운 부분은 명령과 통제가 사실은 리더의 불안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간섭하고 지시하고 통제하려는 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과 관련이 있다. 내일 해가 뜨거나 계절이 바뀌는 것에 의구심을 품고 통제하거나 명령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즉, 개입하지 않으면 조직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통제와 비판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리더의 불안은 순식간에 직원들에게 전염되며 성과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조직 현실에서 나타나는 마이크로 매니징의 또 다른 문제는 감정의 충돌과 그로 인한 생산성 저하다. 불안한 리더는 자신이 정한 방식이 목표 달성에 최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복합적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끼친다. 예상하지 못한 요소가 갑자기 발생해 성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어느 의견이 완벽하게 옳은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마이크로 매니저는 아주 세부적인 영역까지 자신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수많은 의견 충돌이 발생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소모적인 감정싸움이 불가피해진다. 리더와 싸우느라 바쁜 구성원들이 어떻게 목표달성에 매진할 수 있겠는가.
경영학은 관리와 통제의 학문이라는 선입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인간의 이해가 깊어지면서 관리와 통제의 경영학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리더는 통제나 명령보다 비전 제시와 조직원의 동기부여에 더 큰 관심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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