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진섭 건축사)
(사진=김진섭 건축사)

대견사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사찰이며, 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 본사 동화사의 말사이다. 창건자는 미상이나, 신라 흥덕왕 때 창건된 사찰이라고 전한다.
전설로는 당문종(文宗)이 절을 지을 곳을 찾고 있었는데 하루는 낯을 씻으려고 떠놓은 대야의 물에 아주 아름다운 경관이 나타났다. 이곳이 절을 지을 곳이라 생각한 문종은 사신을 파견하여 찾게 하였다. 결국 중국에서는 찾을 수 없게 되자 신라로 사람을 보내어 찾아낸 곳이 이 절터이다. 이 터가 대국(大國)에서 보였던 절터라 하여 절을 창건한 뒤 대견사라 했다고 한다.

창건 이후의 역사는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이 승과 선불장에 장원급제한 뒤 초대 주지로 부임해 22년 동안 지냈으며 이곳에서 삼국유사를 구상했다고 한다. 1416년(태종 16년) 2월 29일, 1423년(세종 5년) 11월 29일 이 절에 있던 장륙관음석상(丈六觀音石像)이 땀을 흘려 조정에까지 보고되었고 종파는 교종(敎宗)에 속하였다고 한다.
절의 폐사에는 빈대와 관련된 일반적인 설화가 전해지고 있으며, 그 시기는 임진왜란 전후로 알려져 있다. 경술국치 후 비슬산 산세와 대견사가 대마도를 당기고, 일본의 기를 꺾는다는 속설 때문에 1917년 강제로 폐사되었다. 이후 약 100여 년간 폐사지로 방치되었으나, 조계종 제9교구 동화사와 달성군 노력으로 2014년 복원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구의 영산(靈山) 비슬산에 자리잡은 사찰
해발 1,000m에 자리한 대견사는 도보로 3.5km, 2시간 정도 걸리며 비슬산 자연휴양림에서 셔틀버스나 전기차를 이용하여 오르면 20분 정도면 도착한다. 대견사에 오르면서 보이는 비슬산 암괴류는 마지막 빙하기에 형성됐고, 약 2km에 걸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암괴류라고 안내문이 설명하고 있다.

대견사를 창건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대마도로 상징되는 ‘왜(일본)를 진압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견사가 위치한 비슬산은 고대 이래로 산악신앙의 성소로 숭앙받던 곳이었다. 하지만, ‘삼국사기(三國史記)’ 제사지의 삼산 오악 이하 산천 제사의 제장에는 비슬산이 포함되지 못하였다.

(사진=김진섭 건축사)
(사진=김진섭 건축사)

헌덕왕은 비슬산 정상부에 대견사를 창건함으로써, 현풍 지역 세력들의 불만을 없애고 효율적으로 지방을 지배하려고 하였다. 그와 함께 대견사는 국가나 지방 군현의 홍수나 가뭄 등 자연 재앙을 물리치는 기도처로서의 역할도 수행하였다.

이는 고려 시대에 국가와 지역의 재난을 물리치고 복을 구하는 자복 사찰(資福寺刹)의 기능과 동일한 것이었다. 대견사의 창건은 전통적인 산악신앙과 불교가 습합(習合)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국가의 재난을 물리치는 기도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처럼 대견사는 신라 하대인 헌덕왕 때 왕실의 발원으로 창건된 왕실 사찰로, 지세를 억눌러 대마도를 진압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대견사는 일연의 사상이 형성된 사찰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일연은 보당암에 머물면서 몽고의 제3차 침략의 여파가 미치자, 주석처를 옮기기 위해 ‘문수 오자주(文殊五字呪)’를 외워서 감응을 얻었다. 일연 당시 대견사는 선종 사찰이었지만, 밀교 혹은 문수 신앙과도 관련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몽고의 침략으로 일연이 주석처를 옮기자 대견사는 점차 쇠퇴했다가, 고려 말에 다시 중수하였다. 최근의 발굴 조사에서 확인된 ‘신해(辛亥)’(1371년)라는 글자가 쓰여진 기와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대견사는 절 뒤로는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싸 있고, 남쪽 앞으로는 시야가 탁 트여 산악과 평야 그리고 삼층석탑과 함께 굽이치는 낙동강을 전망할 수 있는 명당 터에 자리 잡고 있다. 대구와 현풍 분지는 물론, 낙동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요충지라고 할 수 있다. 전국 각지에 수많은 사찰이 건립되어 있지만, 대견사처럼 산 정상의 하늘 가까운 곳에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비슬산은 팔공산과 함께 대구의 영산이자 불교의 성지이다. 대견사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창건 배경을 가진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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