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경 건축사(사진=이진경 건축사)
이진경 건축사(사진=이진경 건축사)

사회 변화가 근래 들어 하루가 다를 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이러한 때에 긴장을 풀고, 생활의 쉼표를 찍고자 몇 개의 전시회를 다녀와봤다. 초고속으로 발전하는 시대상에 비추어 전시회의 풍경은 멈춰진 시간속에 ‘순간삽입’이라도 된 것처럼 과거로의 여행을 선물받고, 더욱더 많은 사색을 불러 일으켰다. 한 전시관에 입장해보니 중세시대를 거쳐 르네상스시대의 회화부터 현대미술에 이르는 작품들이 펼쳐졌다.

국내에서도 유명 작품 전시회를 개최하면 꽤 성황을 이룬다. 아니 벌떼처럼 구름관중이 모인다고 해야 한다. 쉽게 접할 기회가 없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때문에 전시회는 다소 시끄럽고 번잡한 상황이 생기는 듯하다. 몇 해 전 열린 인상주의 전시회 때는 작품을 감상한다기보다는 작품을 지나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수집가 한 명이 대다수의 작품들을 기증해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건축물에서 책으로만 보던 유명 작가의 회화들을 시대별로 만날 볼 기회가 있었다. 두꺼운 물감으로 칠해진 고고한 붓 자국이 그대로 연출된 모네와 고흐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순간 가슴이 벅차게 뛰어올랐다. 

한국 역사 전시관도 있어 살펴봤더니 석기시대를 거쳐 고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토기들과 그 밖의 많은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현재에 이르러서도 작품성이 놀라울 만큼 세련되고 아름다웠는데 그래서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타국에까지 영향을 주었던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의 위대했던 역사를 고스란히 전시해 인류의 생활상과 예술혼, 그 시대의 문화들을 현시대에까지 전하고 있는 사실이 당연하면서도 새삼 놀라웠다. 아울러 이 전시된 유적과 작품들을 전시하고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건축물 또한 중요한 인류의 유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 시대는 이념 문제로 다양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역사에 관한 것들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어떻게 진실을 받아들이고, 마주할 것인지에 관한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이때 대한민국만이 세계의 역사를 대표할 수는 없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세계의 역사는 모든 나라와 민족이 아우러져서, 서로에게 참혹했던 역사와, 인류에게 빛나는 사건들이 오랜 시간 흘러서 나타내어준 결과이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한 한국의 유산이 대다수 소실된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남아있는 물리적, 정신적인 유산이라도 역사성이 변질되지 않도록 올바르게 지켜내야 한다. 

‘작품을 보고 전시관을 나온다. 찬란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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