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빈 건축사(사진=최예빈 건축사)
최예빈 건축사(사진=최예빈 건축사)

건설경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요즘, 불난 집에 기름이라도 끼얹듯 뉴스에서는 여러 건설 현장에서의 붕괴사고나 설계된 물량대로 시공되지 않은 것이 발각된 사건·사고들을 끊임없이 보도하고 있다. 그로 인해 국민들은 인명과 재산의 피해 그리고 건축물을 바라보는 공포심과 불안함마저 증가하며, 덩달아 건축사에 대한 신뢰도 분명 많이 떨어지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 건설 현장의 사례들이지만 비단 건설 현장만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닐 것이다. 설계 단계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자격이 없는 구조 업체를 선정하여 외주를 맡겨 설계 단계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기사나, 현장 감리자가 수차례 수정과 보완을 요청하였으나 무시당하고 감리자가 교체되기도 하였다는 기사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사건·사고들을 보며 든 생각은 건축사들은 법적으로 건축물의 설계부터 준공까지 관리하고 책임져야 하는 정도에 비해 현실에서의 권리나 지위가 다소 약한 것 같고, 그로 인해 발생한 사고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건축은 건축사만 잘한다고 되는 간단한 일이 아니기에 건축사는 건물이 준공될 때까지 연관된 수많은 사람들을 조율하고 이끌어나가야 한다. 그렇기에 건축사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지며 그에 따른 지위 역시 필요로 한다. 

하지만 건축사의 권리나 지위는 생각만큼 견고하지 않다. 그렇다면 권리나 지위가 왜 약해졌을까? 왜 시공사는 당연하다는 듯 도면을 무시하고 물량을 줄이며, 왜 현장을 위해 옳은 말 하는 감리자는 교체되는 것일까? 이렇게 된 데에는 오랜 기간 무심히 책임을 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그럼으로 인해 관련 업체와 관공서 등에 무시당하며 지위가 낮아진 우리 건축사들 스스로의 문제도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검사, 판사 또는 의사들에게 그들의 지위만큼이나 공정하고 청렴하여 억울하게 피해를 입거나 다치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듯 건축사들 역시 정확하고 신중한 설계와 꼼꼼하고 책임감 있는 감리를 통하여 그에 걸맞는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건축사들부터 바뀌고 회복하고 개선되어 간다면 건축사들의 힘으로 요즘과 같은 건설 사건·사고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 오랜 기간 곪고 곪은 상처가 드러난 지금. 흉 없이 건강한 새살이 자라나도록 건축사의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으로 건축사의 위상을 되찾고, 국민의 신뢰 또한 회복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