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회랑’ 정체성 삼아 도시 공간 경험을 재구축한다면?
길 따라 도시 구성된 부산, ‘도시 회랑’은
고유한 정체성 이루는 중요한 도시 공간 구조

도시 회랑 중심으로 도시 공간 경험 재구축 필요
부산 경관 조례에 근거해 세부 시행 계획 수립해야

건축과 도시설계(Urban Design)는 불가분의 관계다. 도시라는 지역 사회 안에서 건축물은 구성원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도시의 일부로 자리매김한다. 아쉽게도 산업화를 겪으면서 건축과 도시설계가 기능적으로 분화됐고 점차 그 간극이 벌어졌다. 하지만 도시계획은 여전히 건축적 섬세함을 필요로 한다. 도시만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는 기능적 구획이 아닌 디테일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한 건축사는 지금 우리를 둘러싼 도시 풍경은 우리가 합의하고 만들어 낸 약속의 결과물이다. 그 풍경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아서 규칙을 만들고 실천하고 호오를 말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한건축사신문은 우리를 둘러싼 도시 환경의 변화 추이를 따라가며 현시점에서 필요한 건축적 섬세함을 고민하려 한다.

부산항과 주변 지역 그리고 길(사진=visitbusan, 2019)
부산항과 주변 지역 그리고 길(사진=visitbusan, 2019)
송도 해수욕장 수변 공간과 영도 모습(사진=visitbusan, 2020)
송도 해수욕장 수변 공간과 영도 모습(사진=visitbusan, 2020)

부산광역시가 도시 브랜드 리뉴얼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산시는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유치하는 글로벌 도시로서의 대외적 위상과 글로벌 성장 전략에 맞는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도시브랜드 리뉴얼 선포식을 열고 올해를 부산 대도약의 원년으로 정했다. 부산광역시 박형준 시장은 새로운 도시브랜드 선포는 부산 대도약에 대한 다짐이자 시민과의 약속이라며 “Busan is good이라는 의미에 걸맞은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부산시의 새 브랜드가 부산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부산시의 행보에 맞춰 부산연구원은 부산의 도시 디자인의 방향성을 담은 부산의 도시 디자인-도시회랑의 디자인 컨트롤 방안이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이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를 통해 부산의 도시 디자인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부산다움 표현 위한 도시 회랑

부산시는 2000년대 들어 다양한 도시 디자인 계획을 시행해왔다. ‘부산다운 건축 만들기 5개년 계획(2003)’, ‘야간경관기본계획(2004)’, ‘도시경관기본계획(2005)’, ‘경관상세계획(2009)’, ‘도시디자인기본계획(2011, 2021)’ 등을 수립하고 도시경관을 위한 높이 관리 기준(2021)’ 설정, ‘국제도시조명연맹(LUCI) 부산 총회(2022)’ 등을 추진했다. 이와 함께 도시경관 및 디자인 관련 행정 조직 설치·안정화, ‘부산 디자인 센터(2006, 현 부산디자인진흥원)’ 설립, ‘도시 디자인 조례(2008) 및 경관 조례(2014)’ 제정 등 도시 디자인 관련 제도를 강화시켜 왔다. 부산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보고서는 도시 회랑(Urban Corridor)을 중심으로 도시 공간 경험의 재구축을 제안한다.

부산은 자연 자원이 시가지 형성의 배경으로 강하게 작용한다. 2019년을 기준으로 부산의 도시계획관할구역은 총 993.5, 녹지지역이 544.7(54.8%), 주거지역이 144.8(14.6%), 공업지역이 64.4(6.5%), 상업지역이 26.0(2.6%) 순이다. , , 바다가 이루는 자연자원이 많은 공간 환경 특성의 영향으로 용도지역 지정도 녹지지역이 대부분이다. 특히 길을 중심으로 한 도시 공간 구조가 특징이다.

도시 회랑(Urban Corridor) 개념도(자료=부산연구원), 도시 회랑은 길 따라 주변 지역이 서로 묶여 함께 작용하는 지역을 말한다.
도시 회랑(Urban Corridor) 개념도(자료=부산연구원), 도시 회랑은 길 따라 주변 지역이 서로 묶여 함께 작용하는 지역을 말한다.

보고서가 제안하는 도시 회랑은 길을 따라 길게 이어진 도시지역으로 길과 옆의 일정한 지역을 아우르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길은 찻길, 물길, 숲길, 뱃길 등을 뜻하고 주변 지역은 길과 맞닿아 있으면서 길과 함께 작용하는 지역을 가리킨다. 도시 회랑의 형성 방식에는 간접과 직접 형성이 있다. 간접 형성 방식은 긴 시간 동안 점진적 변화를 꾀하는 도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이용한다. 도시 회랑이 놓인 지역 특성과 어울리게 도시 회랑의 디자인 방향과 그 대상이 구체화된다. 반면 직접 형성 방식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공간 환경의 변화를 꾀한다. 변화가 예상되는 일정 지역을 직접 설계를 통해 도시 회랑을 디자인한다. 공모 방식을 통해 그 아이디어를 발굴하거나 사업 추진 주체를 선정해 그 지역의 변화를 주는 방식이다. 프랑스 파리, 중국 선전, 인도 바라나시, 영국 런던 킹스턴, 캐나다 캘거리 등에서 도시 회랑 디자인을 적용했다.

보고서는 도시 회랑이 부산의 고유한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도시 공간 구조이며 부산만의 고유한 공간 이미지로 키워나가는 방안이라고 말한다. 부산은 자연스럽게 도시 회랑을 형성해왔고, 여전히 길을 따라 도시가 구성됐다. 다만 공공 생활 서비스를 골짜기 따라 길고 넓게 늘어선 시가지에 고르고 풍부하게 제공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접근이 어렵고 공공 생활 서비스 제공 효율이 낮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도시 회랑의 유형 설정을 통해 도시 정책성을 뚜렷하게 해야 한다는 것.

도시 회랑 디자인 컨트롤의 기본 얼개(자료=부산연구원)
도시 회랑 디자인 컨트롤의 기본 얼개(자료=부산연구원)

보고서는 또 SED(Sustainable Experience Design, 지속가능한 경험) 디자인을 통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공간 환경에서의 인간적 경험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촉구한다. SED는 두 디자인 가치인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인간주의적 경험 디자인이 결합된 개념이다.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디자인(Sustainable Design)’은 생태학적 측면에서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도움을 준다. 자연환경이 이룬 질서를 존중하면서 그 질서에 어울리는 모습을 지향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주의적 디자인(Humanistic Experience Design)’을 추구해야 보다 더 좋은 살기 좋은 공간 환경 구축이 가능하다. 이는 도시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지속적인 삶을 뜻한다. , 자연 속에 있는 인간성의 존중,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인간적 척도 등을 따르면서 이를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SED는 유전성(Heredity), 지역성(Locality), 인간성(Humanity)의 세 가지 성격을 갖는다.

보고서는 장기 과제로 회랑 사업을 추진할 것을 권한다. 도시 회랑 디자인에 가장 관련성이 높은 부산광역시 경관 조례(7조 경관 계획의 내용 중에서 제2항과 제3)’에 근거해 도시 회랑 디자인에 대한 각각의 세부 시행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기존에 수립된 도시기본계획(2023)’, ‘경관계획(재정비, 2022)’ 등을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인 세부 시행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시는 글로벌 회랑도시를 목표로 글로벌 3축 회랑의 융·복합 허브 도시를 구상 중이다. 서부산 회랑권역은 백양산·승학산 등 산줄기 아래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 이룬 권역으로 하늘 및 해상 관문 회랑이다. 중부산 회랑권역의 경우 금정산·황령산·엄광산 등 산줄기 아래 동천과 바다가 만나 이룬 권역으로 육상 관문 회랑이다. 동부산 회랑권역은 장산·달음산 등 산줄기 아래 수영강과 바다가 만나 이룬 권역으로 글로벌 수상 관문 회랑이다.

부산 도시 회랑의 미래 비전 공간 구상도(자료=부산연구원)
부산 도시 회랑의 미래 비전 공간 구상도(자료=부산연구원)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