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건축사들이 업무에 대한 대가를 예상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며, 그 금액을 청구하여 금액을 받을 때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한다. 또한 최초에 예상하지 못했던 설계변경, 심의 인증 등의 추가업무의 발생, 건축주의 사정에 의한 변수 등이 생기면 그에 합당한 업무대가를 책정해 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쩌다 우리는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일하게 된 것일까. 다양한 이유가 서로 얽혀서 관계 맺고 있겠지만 그중 몇 가지만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는 건축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지 대중의 인식이 부족하다. 수학 공식처럼 대지의 조건과 관련 법규에 의해 정답이 도출되는 것이라면 정답을 이끌어내는 기술을 갖추면 되겠지만, 건축은 하나의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양한 대안 중에서 예산과 건축주의 요구, 그리고 사회적인 요인들에 가장 적절히 대응하는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다.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건축이 무엇이고 건축사는 어떤 업무를 하는지, 그로 인해 우리 삶의 모습과 동네, 도시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교육이 필요하다.

초중고등 교육과정에 건축에 대한 내용이 더 많이 다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대학에서도 건축에 대한 교양강좌가 더 많이 개설되어야 한다.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건축에 대한 인식의 토대를 탄탄히 하는 기초가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건축사 스스로 가치를 낮추는 것이다. 평당 설계비라는 개념은 개략적인 예산을 가늠할 때 유용할 수 있으나, 수 십 년째 증가되지 않아서 공사비 요율대가 방식으로 산정된 것에 비해서 20~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수주를 위해 경쟁하여 가치를 낮추다 보니 최소의 도면만 작성하고 디자인을 고민하는 시간이 최소화되었다. 의무가입 이전에는 설계비 정상화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해도 비회원과 경쟁하여 업무를 빼앗긴다는 인식 때문에 변화되기 어려웠으나, 이제는 함께 건축사의 가치를 높이고 우리 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켜야 한다. 제대로 된 업무대가를 받고 더 제대로 일하자고 다 함께 선언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들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우리 삶의 배경을 아름답게 만드는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법과 제도의 문제이다. 건축과 관련된 다양한 법이 수시로 바뀌고 설계과정에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변화를 살펴보면, 건축사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을 개정할 때 과연 건축사들이 얼마만큼 확인하고 자문했을지 의문이 생긴다.

자연재해와 공사현장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긴급하게 법이 개정되는데, 과연 과거의 법이 그만큼 의미가 없었던 것인가. 법과 제도로 건축사들이 업무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제때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업무와 책임은 늘어나고 대가는 수 십 년째 그대로? 당연히 현 상황이 문제가 있다. 법 개선은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며 많은 건축사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서 법과 제도가 건축사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지붕을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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