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근 건축사(사진=정운근 건축사)
정운근 건축사(사진=정운근 건축사)

건축허가를 득한 후 착공을 하게 되면 감리업무가 시작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설계자가 감리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서 가장 잘 파악하고 있으며 건축주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명 ‘허가권자 지정감리제도’로 너무나 당연한 이 논리가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건축물의 안전과 품질보다는 건축주의 경제논리에 의한 부실공사 혹은 불법건축물(예, 다가구주택의 경우 가구 수 쪼개기, 다락 및 옥탑 불법개조 등)의 양산으로 선량한 다수의 시민이 피해자가 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그 결과 건축주 직영 200㎡ 이하의 소규모 건축물과 주택으로 사용하는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등이 ‘허가권자 지정감리 제도’에 해당하여 설계를 한 건축사가 아닌 허가권자가 지정하는 건축사가 감리업무를 수행하기에 이르렀다.

‘허가권자 지정감리 제도’가 시행된 지 어느덧 7년. 이 제도가 잘 작동하는지, 장·단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감리업무를 수행하며 느낀 경험을 토대로 ‘필로티 형식의 다가구 주택’을 예시로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필자는 다가구 주택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있었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는 불법건축물의 대표적 사례가 다가구 주택이었기 때문이다. 최대의 사업성이라는 건축주의 경제논리 요구에 사용승인 후 법정 기준인 19가구를 2배까지 가능하도록 불법을 조장하는 설계를 해주는 건축사가 능력 있는 건축사로 인정받던 오랜 시간 속에서 철저히 소외돼야 했던 소심한(?) 건축사 중 한 명이었다. 사용승인을 위한 업무대행 시 다가구 주택이 배정되면 얼마나 많은 불법의 흔적들이 보일지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난처한 상황을 여러 차례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가권자 지정감리 제도’가 시행되고 1, 2년의 과도기가 지난 후부터는 다가구 주택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허가권자 지정감리로 다가구 주택이 배정되면 심지어 주변 동료 건축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제대로 된 감리비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제도의 정착으로 불법의 우려도 확연히 줄었기 때문이다. 건축주에게서 감리대가를 받는데도 종속되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없고 감리업무의 독립성이 보장되었기에 본연의 업무만 성실히 수행하면 된다. 반대로 그에 상응하는 부담도 생겼다. 건축 관계자가 추가되어 의사소통 및 배려 등이 원활하지 않으면 분쟁이 발생하여 건축분쟁전문위원회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에 감리 업무를 분쟁 없이 수행하는 나름의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한다. 절차는 단순하나 효과는 매우 크다. 첫째, 시공자에게 허가도면대로 시공이 어렵거나 바꾸고 싶은 부분은 착공 전 미리 감리자에게 요청하게 하고, 감리자는 그 내용의 적정여부를 건축주, 설계자와 협의 후 확정 짓고 확정된 내용은 지키게 한다.

둘째, 시공단계별 공정 전, 특히 철근 배근의 모범사례 사진을 공유하며 “설계도면대로 이렇게 시공하고 있는데 우리 현장도 이렇게 할 수 있죠?”라고 묻고,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라는 다짐을 받아낸다. 기술자들은 자존심이 세다. 때때로 근자감에 가까운 과거의 경험이나 습관을 내세우기도 한다.

때문에 배근 완료 후 지적을 하면 수긍을 하지 않고 자존심을 세우는 경우를 종종 본다. 어떤 일이든 문제가 발생되고 나서 수습을 하는 것은 몇 배의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며 스트레스 또한 감당하기 힘들다. 그러한 이유로 선택한 ‘선 협의, 후 시공’은 시공사 스스로가 약속한 대로 실천하고 책임지게 하는 방법으로 불필요한 인적 물적 낭비를 줄여 경제적 시공으로 이어진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허가권자 지정감리 제도’는 소규모 건축물과 주택의 안전·품질 확보를 위해 도입됐다. 특히 필로티 형식의 다가구 주택의 경우는 구조분야 관계전문기술자의 협력을 받도록 되어있다. 이 제도 시행으로 인해 부실공사, 불법의 온상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난 다가구 주택을 보며 최근 공분을 샀던 ‘인천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광주 아이파크 붕괴’ 등의 사건들을 떠올려본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다가구 주택처럼 환골탈태할 묘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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