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익 건축사(사진=이재익 건축사)
이재익 건축사(사진=이재익 건축사)

우리 속담에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추석에는 오곡백과(五穀百果)가 풍성하고, 많은 음식을 장만해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날이라 늘 이날만 같았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의미이다. 이 속담이 지금 대한민국의 어려운 현실에서 소박한 소망을 대변한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첫 환자 발생(2020.1)부터 종식(2023.5)까지, 무려 3년 4개월 만에 코로나19 비상체제가 해제되어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코로나가 할퀴고 가며,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고 특히 소비패턴의 변화로 내수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올해 상반기에 있었던 혹독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그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져 소비가 위축되었고, 그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은 IMF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힘들다고 느낄 지경이다. 건축업계 또한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그리고 고금리 기조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올해 상반기 ‘전국 건축허가 현황‘ 통계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시장이 점차 하락기에 접어든 지난해 하반기부터 건축허가 동수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인허가 면적은 22.6%, 착공 면적은 28.7% 감소했고, 동수는 7만 7501동으로 전년  동기(10만 5625동) 대비 2만 8125동 감소했을 정도로 건설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설상가상으로 9월 1일부터 시멘트 업계가 가격을 톤당 12.8% 올리기로 결정했다. 또한 철근 값도 2년여 전까지만 해도 톤당 60~70만 원 하던 것이 지금은 톤당 100만 원 선을 오가고 있다. 건설 현장 인건비도 갈수록 올라가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건축비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대내외 여건들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 생각해 보면 1997년 IMF,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굉장히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학습효과로 알 수 있듯이 결국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따뜻한 봄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이 있다. 그러므로 지금의 힘든 생각들은 잊어버리고 마음만은 추석처럼 풍요로웠으면 한다. 

이제 곧 대명절 추석이다.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소박한 소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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