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경 건축사(사진=최인영 건축사)
최인영 건축사(사진=최인영 건축사)

각계각층의 전문가들, 그리고 건축주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이 나를 칭하는 호칭을 들으면 건축사에 대한 이해도를 알 수 있다. 우선, ‘소장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건축 관련 업체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나는 ‘건축사’라고 불러주길 바라며 호칭을 정정하는데 현장소장도 소장이고, 인테리어 업자도 소장, 보험회사 간부도 소장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물론 所의 長이니 소장이라는 호칭이 틀리지는 않다. 나 역시도 예전에 근무하던 건축사사무소 건축사님께 소장님이라고 불렀었다.

모두 그렇게 부르니, 그게 맞는 줄 알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들에게 ‘건축사’라는 호칭을 쓰길 권유한다. 다른 사람과 나의 다름을 강조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나의 직업적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건축주들을 만나면 ‘건축가님’이라고 호칭하는 사람들이 많다. TV에서 ‘건축가’라는 타이틀로 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아마도 건축가라는 말이 익숙해졌을 터다. 그들에게도 나는 ‘건축사’라고 불러주길 바라며 건축가라는 타이틀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건축사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꽤나 있음을 귀띔해주기도 한다.

나에게 건축사는,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사사무소에 근무하며 건축사에 대한 꿈을 키웠기 때문에 너무나도 익숙한 직업이지만 생각 외로 건축사라는 직업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건축사가 건설을 하는 사람으로 아는 사람도 있고, 그림만 그리는 사람으로 아는 사람도 있다. 감리사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고, 건축설계를 하면 다 건축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의사, 변호사, 세무사가 하는 일을 알고 있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고 디테일한 일을 하겠지만 적어도 그들이 하는 일을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명함을 건네고,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건축사라는 것을 인식시켜주고 업역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라도 해준다면, 조금씩 건축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 질 것이다. 방송 등에 출연하게 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건축사’라는 정확한 호칭을 해달라고 요구한다면 일반인들의 건축사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은 더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를 부르는 호칭은, 곧 그 사람의 격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건축사’라는 제대로 된 호칭을 사용함으로써, 스스로의 격을 높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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