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 건축사(사진=신동진 건축사)
신동진 건축사(사진=신동진 건축사)

도심지 내 건축행위를 경험해 본 건축주들, 건축관계자들에게 건축행위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물어보면 적어도 과반수 이상은 주변 민원 문제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건축현장 최대 이슈사항 중 하나지만 개인 간의 문제로 치부되고 제도화(소음, 계측관리 등 일부만 관리)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규모 민간 건축현장에서 주로 발생하는 민원은 소음, 진동, 분진이 대부분으로 심각한 경우 주변 건물 균열, 누수, 지반침하와 관련된 사항들이다.

공사가 시작되면 불가피하게 주변 이웃들에게 소음, 진동, 분진과 같은 생활불편 요인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일정 수준의 민원은 건축주, 시공사, 감리자의 협의하에 도의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민원 건물의 관리적인 보수(방수, 외벽보수, 담장보수 등)를 해주는 등의 식으로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객관적 피해사실이 없이, 단지 ‘옆집이 공사를 하면 뭐라도 받아내야 한다’라는 오랜 관례쯤으로 접근하는 민원의 경우다. 소위 말하는 애초에 돈을 받아낼 요량으로 제기하는 악성 민원이다. 이런 민원은 성공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대부분의 민원이 해당 지자체(구청)에 접수되면, 지속적인 민원으로 인한 공무원들의 피로감은 결국 해당 현장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구청들은 ‘민원의 사실관계를 떠나서 민원이 들어온 현장은 사용승인을 허가해 주지 마라’는 내부 지침을 가진 곳들도 많다. 결국 터무니없는 민원이라 할지라도 현장 관계자들(건축주, 시공사)은 민원인과 합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장 민원 문제로 야기되는 문제 중 첫째는 당연히 비용이다. 합의를 하려면 결국 돈을 줘야 하고, 민원으로 인해 공사가 진행되지 못했을 때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비용(금융비용, 관리비 등)보다 합의금으로 줘야 하는 비용이 적다면 비용으로 해결하게 된다. 이러한 비용들은 결국 의미 없는 시공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시공사 견적을 받아보면 일부 민원이 심한 지역(시공사의 경험상)의 공사는 민원으로 발생할 공사성 비용, 관리비 등을 미리 도급금액에 반영해놓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시공품질과 안전문제다. (이 시론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가장 직접적인 이유다.) 보통은 민원문제를 비용 문제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민원인의 입장에서 돈을 받아내려면 더욱 악질적으로, 또 현장운영에 치명적이게 행동해야 성공률(?)이 올라간다. 그러한 행동은 현장의 시공품질 저하와 안전문제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콘크리트 타설을 하기 위해 레미콘차나 장비가 들어올 때마다 공사를 방해하는 식의 악질적인 행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은 시방서대로 콘크리트 타설을 못하고 끊어치거나 시간이 지연된 콘크리트를 타설하게 되어 골조의 품질이 저하되고, 품질 저하는 구조내력 확보가 안 되는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셋째는 악순환이다. 결국 사람들은 이런 상황들이 반복될수록 계속 학습하고 더욱 악성 민원을 제기하기 마련이다. 오죽했으면 구정, 추석 명절 이후에 이런 악성 민원이 더 많아진다고 하겠는가.

그럼 이러한 민원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모든 사회적인 문제가 마찬가지겠지만 민원문제 역시 각 현장의 상황이 다르고 민원의 종류나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명확한 해결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 마련과 건축관계자들(건축공무원을 포함하여)의 문제인식 및 개선노력을 통해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지 않을까.

사견으로는 건축현장 개설 전 ‘인접건물 사전인지조사’를 의무화하고 해당 용역이 ‘제대로’ 실시될 수 있도록 인접지 소유주들의 협조(건물 내부 실사 및 계측기 설치 등)가 가능토록 하는 등 객관화된 데이터들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또한 지자체에 민원이 제기되면 지금처럼 무조건적인 합의만 종용할 것이 아니라, ‘인접건물 사전인지조사’, ‘토목공사 계측보고서’ 등 객관화된 데이터를 기준으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민원 대응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결국 지자체도 현재와 같은 떠넘기기식의 민원회피를 위한 대응을 하게 되면 또 다른 민원을 계속해서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또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민원 합의를 부추기는 용도로 현장 운영이나 사용승인 허가를 악용하면 안 될 것이다. 물론, 현장관계자(시공사, 감리자)들도 최대한 주변에 불편과 피해가 가지 않도록 운영과 관리에 더욱 힘을 써야 하며, 건축주의 건물이 이웃에게 환영받는 건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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