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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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열풍이 거세다. 일부 조직에서는 채용이나 인사에 MBTI를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MBTI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한계도 적지 않다고 강조한다. 박선웅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에 따르면 MBTI로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지적한다. 

MBTI가 개인의 심리적 속성이나 정체성을 이해하는 도구로 자리 잡으려면 그 특징이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예를 들어, 내향성(I)이 강한 사람과 외향성(E)이 강한 사람이 다수를 차지해야 이런 구분이 의미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간 정도의 내향성과 외향성을 가진다면 이런 구분은 무의미하다. 불행하게도 MBTI 연구자들은 4가지 특징(외향-내향, 감각-직관, 사고-감정, 판단-인식)이 명확히 구분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데이터는 이미 충분한 상황이기 때문에 공개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게 아닌지 하는 의구심도 나온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법을 오랫동안 개발해왔다. 그 중 하나는 특질(trait)이다. MBTI와 유사하게 사람마다의 특질을 파악하기 위해 심리학계에서는 소위 Big 5로 불리는 5가지 성격요인을 중시했다. 외향성(사람으로 대표되는 외부자극과의 상호작용 추구), 개방성(새로움에 열린 태도, 개방성이 높으면 예술이나 지적인 것에 관심이 많음), 성실성(높은 책임감과 계획성), 우호성(다른 사람과 조화를 선호하는 경향), 신경성(걱정과 불안) 이 그것이다. 

이런 특질은 업무 성과와 관련성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 있다. 예를 들어 성실성은 업무 성과와 관련이 높았고, 신경성이 낮을수록 업무 만족도가 높았다. 성실성 외향성 개방성 우호성이 높을수록, 신경성이 낮을수록 업무열의가 높았다. 조직에서 채용이나 인사에 활용하려면 MBTI 보다는 Big 5 같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지표를 활용하는 게 낫다.

특질보다 더 중요한 요소도 있다. 특징적 적응(characteristic adaptation)으로 불리는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개인의 특질을 알았다 해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며 적응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누군가는 짜증을 내지만 어떤 사람들은 발전의 계기로 생각하고 과감하게 도전하기도 한다. 

이렇게 특정 상황에서의 행동이 달라지는 것은 개인적 믿음, 가치, 목표, 스트레스 대처 방식 등이 달라서다. 특히 조직 환경에서는 가치가 중요하다. 실증 연구에 따르면 팀원과의 성격불일치, 문화불일치 보다는 가치 불일치가 팀 내의 부적응과 비효율적 협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즉, 조직에서 성격이나 문화 차이는 극복할 수 있지만 가치 차이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MBTI 같은 과학적 엄밀도가 떨어지는 지표 보다는 특질이나 가치 같은 요소들을 더 중시해야 조직 운영의 효과성을 더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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