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문 건축사(사진=고광문 건축사)
고광문 건축사(사진=고광문 건축사)

어느해 보다 푹푹 찌는 더운 여름, 에어컨 사용으로 걱정이 많다. 전기요금 누진세 폭탄을 맞을 것 같아 무더위에도 마음을 졸인다. 써봐야 얼마나 나오겠냐 싶어 마음껏 쓰면서 여름을 보내자고 했던 호기가 70만 원이 넘게 나온 관리비 청구서를 받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처럼 에너지 절약 의식이 투철한 사람들에겐 '개인 에너지 인증제'를 도입해 전기요금 등을 감면해 주는 것도 실시해볼 만한 일이다.

국가 전체로 본다면 확실히 절약의 효과가 생길뿐더러 엔트로피 증가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들은 에너지 절약에 대해 민감한데 산업분야에서 마구 에너지를 낭비한다면 ‘깨진 독에 물을 절약해서 부으라’는 시책과 같을 것이다. 깨진 독에서는 절대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없지 않을까. 이 대목에서 과연 엔트로피(entropy) 제로인 건물의 설계는 가능한 것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역설적이게도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려면 그만큼 에너지를 또 써야 한다는 뜻이다. 친환경적이면서 엔트로피 증가를 억제하는 기막힌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21세기 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 속에서 건물, 환경, 에너지 등에 관한 용어를 보면 지속 가능한, 생태건축, 제로 또는 로우 에너지 빌딩, 에코하우스, 웰빙 건축 등 공통적인 의미를 접하게 된다. 당장 패시브 하우스의 도입으로 ‘단열’을 강화해 에너지는 새지 않게, 열효율은 극대화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자연 에너지 이용을 최대로 활용하는 건축적인 이론도 많다. 지열에너지, 풍력발전, 태양열 반사판 에너지 등이 그렇다. 최근 아파트 공동주택 베란다, 창문 등에 태양광을 이용한 발전시스템이 인기가 많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만 부위별 단열 두께나 부위별 단열 성능 기준만으로는 에너지 절약의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유럽이나 선진국을 밴치마킹해 기술 적용의 원리를 배울 필요가 있다. 엔트로피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건물 설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환경과 자연이 어우러진 통합 개념의 분석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자연친화적인 건물 설계가 기본이 되어야 엔트로피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 친환경 설계는 눈에 보이는 몇 가지 기법의 적용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효율, 디자인 패턴이 정밀하고 세심하게 설계돼야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뜨거웠던 지난 여름을 떠올리며 더위를 이기는 건축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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