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 포럼, 29일 ‘최근 건설현장 붕괴사고 관련 긴급좌담회’ 개최
저가설계 부실설계 이어져 시공에도 악영향…현실에 맞게 건축설계비 정상화돼야

E&E포럼은 8월 29일 최근 건설현장 붕괴사고 관련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대한건축사협회에서는 박성준 부회장(단상 맨 오른쪽)이 참석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E&E포럼은 8월 29일 최근 건설현장 붕괴사고 관련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대한건축사협회에서는 박성준 부회장(단상 맨 오른쪽)이 참석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관련하여 건설 시스템 전반의 총체적 부실이 최근 LH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가 발표한 사고 원인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한건축사협회 등 건축 관련 4개 협회(한국건설기술인협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가 주축이 돼 구성한 E&E포럼은 8월 29일 ‘기본이 혁신이다’라는 주제로, ‘최근 건설현장 붕괴사고 관련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서울시 역삼동 소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이날 좌담회는 2021년 광주광역시 학동 해체현장 사고, 작년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지난 4월 인천광역시 검단 주차장 붕괴 사고 등 잇따른 건설현장 안전사고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자성과 함께 건축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먼저 이복남 서울대 교수는 ‘최근 부실공사 사례와 한국건설에 대한 긴급진단’에 대한 발제를 통해 “잇단 부실시공과 사망사고로 인해 건설업계는 3불(부정·부패·부실) 이미지가 고착화 되고 있다”며 “몰랐다면 수준미달, 알았다면 직무유기, 구조적이라면 파괴적 혁신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국내 건설 현장은 기술보다는 영업, 기술인 투입 축소를 원가절감으로 인식하는 풍토가 만연화되면서 공학기술은 실종 됐으며, 사고 시 마다 희생양 지목과 땜질식 처방에 급급해 여전히 안전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건설현장 작업실명제를 도입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가차원의 건설비전과 목표, 전략 수립을 민간이 주도해 실종된 건설 산업계의 구심점이 결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대한건축사협회 박성준 부회장은 “이번 LH 사태는 발주에서부터 설계, 감리, 시공 등 건축 전 과정에 문제가 있었지만, 설계와 감리의 업무를 주관하는 건축사의 책임이 엄중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LH 업무 대부분에서 외주로 처리되는 게 확인됐고, 이로 인해 검수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작업자와 검수자의 실명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성준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설계자가 건설현장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일본의 설계자 확인제도나 미국의 CA제도처럼 설계자가 공사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설계의도 구현과 품질 향상, 휴먼오류의 보완도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박 부회장은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자 선정방식은 원가 절감이 목적이다보니 도서관리가 엉망이고, 감리는 건설사의 눈치를 보느라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며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는 지양되어야 하고, 능력 중심이 아닌 자격 중심인 탓에 시공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감리업계 역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좌담회 발제자, 좌장, 패널 등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좌담회 발제자, 좌장, 패널 등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감리 권한 보장,
서류 업무 감축 등 옥상옥 규제 완화해야


한국여성건설인협회 김선미 부회장은 “과거 작업실명제는 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자부심의 수단이었다”며 “어느 순간 권한은 없어지고, 책임만 남아 기술인들의 자부심은 추락하고, 현재는 현장소장 마저 3D업종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대흥종합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김영암 부사장은 “감리 업무에 투입되는 기술인의 약 70%가 60대 이상이라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청년 기술인이 유입될 수 있도록 기술인 등급 산정, PQ시스템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글로벌건축사사무소 송수진 이사는 명확하고 세부적인 기준 없이 정부 또는 관련 기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전관으로 묶어 배제되고 계약이 취소되며, 감점이 이뤄지는 즉흥식 발표를 안타까워했다. 또한 “최근 일련의 사태로 바닥까지 떨어진 엔지니어의 자존감이 걱정되고, 이런 경직된 마음으로 새로운 공법 개발이나 적용과 같은 변화를 두려워할까봐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한국건설기술인협회 김형석 부회장은 “10월 중 최근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책 발표가 있을 예정인데, 땜질식 처방이 아닌 건설 전 과정에 걸쳐 시스템을 개편하는 방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개편의 방향 중 설계 단계에서는 공공부문 대가와 마찬가지로 민간에서도 적정 수준의 설계대가가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고, 감리단계에서는 “감리 감독청과 같은 이야기는 논의의 핵심을 벗어나 산으로 가는 것이며, 감리인의 권한을 보장하고, 적정 배치 인원을 확보하며, 서류 업무 감축 등 옥상옥 규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해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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