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 김남주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지는
  녹두꽃이 되자 하네

  이 산골은 날라와 더불어
  새가 되자 하네 새가
  아랫녘 윗녘에서 울어예는
  파랑새가 되자 하네

  이 들판은 날라와 더불어
  불이 되자 하네 불이
  타는 들녘 어둠을 사르는
  들불이 되자 하네

  되자 하네 되고자 하네
  다시 한 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 하네
  청송녹죽 가슴으로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죽창이


- 김남주 시집 ‘사랑의 무기’ 중에서/ 창작과비평사/ 1989년

김남주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을 가리켜 “그것은 무슨 거창하고 알량한 주의나 사상도 아니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자각”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 얘기는 곧 김남주 시의 요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대단한 독서가였고, 이론의 허점을 정확히 꿰고 있었다. 그는 실천가였고 실천을 중시하는 이론가였다. 그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전형적인 시의 형식을 완강하게 지켰고 거기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안정된 형식은 메시지를 익숙한 음율로 가장 안전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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