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호 건축사(사진=최진호 건축사)
최진호 건축사(사진=최진호 건축사)

‘사람이 중심되는 건축’을 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잃지 않으며, 4번의 도전 끝에 건축사 자격증을 획득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건축사 자격 획득 후에는 나의 목표를 실현할 사무실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는데, 뜻밖에도 건강상의 적신호가 찾아왔다.

성실하게 일하면서 경력을 쌓아간다면 좋은 건축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건강 이상이라는 변수로, 당황과 방황을 반복하게 됐고, 그 사이 건강은 더욱 악화됐다. 투석을 각오했지만 아버지의 감사한 뜻에 따라 신장이식을 하게 돼 두 번째 생명을 받게 되었다. 다만 효도를 해도 부족할 시기에 큰 불효를 하게 되어 마음은 무척 무거웠다. 이식받은 후 기적같이 회복하고 사무실도 오픈할 수 있었다. 그렇게 첫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행복하고 즐거운 건축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했지만, 거짓말처럼 일 년 만에 건강이 다시 나빠지고 급하게 투석을 시작하게 됐다. 이 시기 중증 장애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채로 건축사의 삶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늘 나 혼자 잘해서 잘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건강을 잃고, 결정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주변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볼 수 있었고, 아픔마저 떠나질 않다보니 무력하기까지 했다. 순탄치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어 멘탈은 약해질대로 약해졌지만, 필자를 생각해 주는 분들을 위해 마음건강만큼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지금은 프로젝트도 운영하고 감리업무도 무리없이 해나가며, 작은 사무소의 대표 건축사로 잘 적응하고 있다. 선·후배와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히 하면서 도움을 주고 받고 있다. 바쁘게 지내다보니 어느새 개소 3년차라는 시간을 맞이하게 됐고, 아픔에도 다소 단단해진 느낌이다. 

필자는 지금의 선·후배 건축사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어떤 건축사가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열정을 쏟아부어 앞으로 나가는 것은 좋지만 오버페이스로 인한 건강 신호를 무시하게 되면 목표를 이루기 힘들어진다. 건축사 선·후배님들께 당부하자면 건강을 가장 우선해주길 바란다.

둘째, 우리가 하는 일은 혼자서 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본다. 필자의 경우는 특히 선·후배의 도움없이는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직원 구하기 어려운 시기이고 건축사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늘 혼자가 아닌 함께 발전해나감을 잊지말고 즐거운 건축사 인생을 보내시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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