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리 건축사(사진=박유리 건축사)
박유리 건축사(사진=박유리 건축사)

AI시대이다. 이제는 그림과 음악, 소설도 인공지능이 만든다. 기획서 제작은 물론 예술창작에서 전문분야까지 인공지능이 한다. 법률자문이나 건축규모 검토도 프로그램을 통해서 가능하고, 최근에는 건축 이미지를 넣으면 비슷하지만 다른 대안 건축 디자인도 인공지능이 제시해 준다. 오! 놀라운 시대다. 가수 윤하가 부르는 노래는 AI가 불고기버거로 만든 노래란다. 황당하면서 재밌다. IoT, AI, 가상화폐, 가상공간, 이렇게나 세상이 빠르게 바뀌었구나 싶으면서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의 소통이 훨씬 익숙해졌다. 인플루언서의 등장, 이미 유튜버들이 연예인을 대체하고 있다. SNS 계정을 통해서 우리는 소통 비슷한 것을 하는 듯 보인다. 전화 안부는 어렵고, 인스타 댓글은 쉽다.

문득 핸드폰을 보고 있다가, ‘내가 도대체 이걸 왜 보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피곤한 가십들과 현실이 더 공포인 뉴스 기사들. 날씨도 더워지는데 업무뿐만 아니라 이런 불필요한 연결에서도 잠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월 휴가의 계절! 정말 오랜만에 바다에 갔다. (산도 갔다.) 짧은 휴가였지만 고작 5.5인치의 나의 시야가 1킬로미터 해수욕장만큼 길어졌다. 일부러 짧은 단편 소설책을 가져갔다. 독서라는 고상한 취미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불필요로 골라든 책은 무용지용이었다. (그동안은 꼭 필요한 책이나 정보만 골라서 읽은 것이 피로의 원인이었다. 사업계획서 작성하기, 정부 지원사업정보, 자기계발서, 건축법규, 디자인 잡지 등등) 

언제부터였을까? 소설을 안 읽기 시작했구나 싶었다. 건축잡지 말고, 법규책 말고, 행정업무 말고, 도움 되는 글 말고 그냥 관계없는 순수문학의 이야기를 읽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 오랜만에 활자를 읽었다. 꼭 필요한 정보의 글이 아니라, 흩날려 버려도 상관없는 불필요한 문장의 글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니 꽤 환기되었다. 이처럼 때로 최신의 정보기술과 건축에서 벗어나 인문학적인 지식을 쌓는 것도 새로운 시각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잠시 여름방학 같은 기간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가을에도 겨울에도 짬짬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휴식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한다.

건축사들은 대게 마음이 정직하고 아름답다. 본인에게 주어진 공간을 더 좋은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을 향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에 매몰되어 자신을 돌보지 못할 때도 더러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혹은 큰 프로젝트가 종료될 때마다 건축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분야로의 환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