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수 건축사
임광수 건축사(사진=임광수 건축사)

코로나 시국이 지나고 건축경기가 힘든 요즘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하면서 여러 생각을 하고 많은 걸 배우는 중이다. 사실 개업할 때 가지고 있던 꿈과 이상은 현실과 많이 달랐다. 막연한 자신감으로 건축물을 멋지게 디자인해서 작품을 만들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수주 능력이 뒷받침돼야 이 모든 게 가능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 땅에서 새롭게 건축의 가치를 만드는 것이 건축사의 역할이라 생각하고, 많은 것을 보고 답사, 준비하면서 수주를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 하지만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건축사에게 프로젝트 수주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모하게 사무소를 시작한 건축사사무소 개업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점차 지나고 조금씩 다양한 프로젝트들과 연결되며 신축 인허가들을 진행하는 성과가 있었다. 코로나 유행 이후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신축보다는 증축, 대수선, 용도변경같이 기존 건축물을 활용하는 건축행위들이 많아졌다. 지금은 이러한 일들이 사무소 프로젝트 대부분을 차지한다.

기존 건축물 프로젝트는 신축에 비해 서류 행정업무가 더 많다. 디자인보다는 인허가 절차에 시간을 더 할애하게 된다. 또한 기존 건축물에 법규를 어느 부분까지 적용을 해야 할지, 기존 건축물의 불법사항 체크 및 대장과 현황이 맞는지 등등 현장 체크와 더불어 허가 담당자와 무수히 많은 협의들을 해야 하며, 모든 진행들이 복잡하게 진행된다. 게다가 건축주에게는 기존 건축물에 새롭게 적용해야 하는 법규들을 설명해 이해시켜야 한다.

아시다시피 클라이언트가 가지고 있던 건축물의 가치를 더욱더 높이는 것도 건축사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도 굉장히 가치 있지만, 오래된 건축물을 현행 법규 안에서 새로운 용도에 맞게 다듬고 더욱 빛나게 그리고 안전하게 만드는 것도 건축사가 해야 하는 가치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경기를 보노라면, 몸소 체감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첫 번째로 허가권자 지정 감리가 현저히 줄었으며, 건축물 일부 해체 관련 문의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두 번째 평소 건설회사와의 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건설회사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축현장이 다수였지만, 점점 대수선과 해체 관련된 현장이 늘고 있다. 그에 따라 신축에 비해 챙겨봐야 할 서류 및 안전 관련 절차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로 다른 각각 현장 특성에 맞게 검토를 해야 하며 건축사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실제 공정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확인 후 도서 및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이처럼 여태껏 늘 하던 건축 관련 일들이 점점 복잡해지고 건축경기의 흐름에 따라 점점 기존 건축물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건축사들의 역할이 더욱더 무거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다만 사건 사고가 많은 요즘 급작스럽게 변하는 법규와 규제들을 기존 건축물에 적용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이런 이유로 건축을 포기한 클라이언트도 있었으며, 무산된 프로젝트들도 다수다.

안전 관련 법규 및 규제들은 필히 적용해야 사항이지만, 지금 당장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법규들은 보다 디테일한 적용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효성 없는 규제를 남발하는 것보다 꼭 필요한 규제를 정해 시행하고 철저히 단속해야 정책에 신뢰가 생기지 않을까. 이와 관련한 회원분들의 많은 의견이 수렴돼 관련 제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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