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건축사들의 독특한 건축 작품들을 살펴보면 설계과정의 모든 것을 건축사가 담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건축사의 설계의도에 따라 구조엔지니어가 그에 맞는 가장 합리적인 구조를 제안하고 기술적인 해결을 하는 경우를 보며 특별한 인상을 받는다. 하나의 사례를 살펴본다면 요른 웃존 Jørn Utzon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구조엔지니어 오브 아룹 Ove Arup에 의해서 1957년부터 1963년까지 다양한 구조방식을 검토한 끝에 지금의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다.

설계과정에서 건축사와 구조엔지니어가 얼마만큼의 업무를 분담할지는 건축물의 규모와 용도 그리고 공간의 구성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앞서 언급한 사례의 경우 매우 특별한 형태를 구현하는 경우이며, 구조체의 형태가 곳곳에서 보여지며 이것이 마감이자 디자인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경우 건축사와 구조엔지니어가 별도로 계약되어 업무를 하는 것이 맞을지, 긴밀하게 소통하며 공간의 구축을 통해 디자인의 의도가 잘 표현되도록 하는 것이 맞을지 질문해본다.

일반적인 건축물의 경우에 지금까지 건축사가 업무를 총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유는 법적인 책임 문제를 뒤로 하고서라도, 다양한 건축적인 요소들이 공간 속에 만들어졌을 때 어느 부분에서 골조와 설비가 교차되며 필요한 높이를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주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설계의도가 구현되며 건축 디자인이 완성되도록 하는 것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건축사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과 구조를 분리발주 하도록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건축에서 구조를 빼면 과연 그것이 건축인지, 실제의 건축물에서 구조체를 빼면 어떻게 되는지를 질문하고 싶다. 다른 설비분야의 도면은 별도로 구성하고 제본하는 경우도 있지만, 건축도면과 구조도면은 함께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건축설계를 진행할 때 많은 경우 기둥과 벽체가 배치될 중심선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하고, 단면에서 공간의 형태와 높이를 파악하며 보와 슬래브를 ‘계획’한다. 이렇게 계획된 구조에 대해서 사이즈를 조절하거나 철근량을 조절하여 기준이 되는 사항을 충족시키는 과정이 구조‘계산’이다. 경우에 따라 구조‘계획’을 건축사가 주도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구조엔지니어가 설계자의 의도에 맞춰 구조‘계획’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계획이 건축사의 업무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건축에서 구조를 따로 떼어놓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구조기술사회와 논쟁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좋은 건축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건축사와 구조엔지니어가 더욱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 업무영역을 분리하려는 것은 소통이 어려워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한 변화보다는 업무대가가 현실화되는 것을 통해 적절한 보상을 받으며, 설계대로 현장에 반영되어 아름답고 안전한 건물이 완성되어 전문가로서 사회적인 인식과 대우가 좋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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