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의제에 가려 상대적으로 소홀한 시공문제 제도개선 선행 필요
현장에 비해 시공인력 적게 배치되는 것도 문제…배치기준조차 없어
시공단계별 설계자 확인제도 보완 통해 감리 강화해야

이번 LH 사태를 두고 건축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설계·시공·감리 전 분야를 망라한 산업 전체를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번 LH 아파트 문제가 ‘건축구조계산, 도면작성, 시공, 감리’ 과정에서의 여러 문제가 총체적으로 반영된 구조적 문제로, 보다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곳이 한두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자체 조사 결과, 2017년 이후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아파트 102개 단지 중 20곳에서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잭서포트가 설치돼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자체 조사 결과, 2017년 이후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아파트 102개 단지 중 20곳에서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사진=뉴스1)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잭서포트가 설치돼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자체 조사 결과, 2017년 이후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아파트 102개 단지 중 20곳에서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사진=뉴스1)

지난 8월 18일 <이데일리TV>에 출연해 이번 LH 사태에 대한 진단과 대안을 제시한 대한건축사협회 박성준 부회장은 “문제가 되는 현장 비율이 많다라는 건 구조적 문제로서, 원인이 좀더 큰 데 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잇단 건설현장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감리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선 “감리 독립성 강화와 전문성 확보를 위한 제도 전면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시공단계별 설계자의 확인제도 보완을 통한 감리 강화 ▲LH 발주 역할 분리 및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 따른 ‘건축진흥원’을 통한 설계·감리 발주 관리를 꼽았다. 현재 건축설계 자정 노력으로는 대형사의 도면하청 근절을 위한 설계도서 작업자 실명제와 착공도서 검토제 또는 착공도서 기술심사제 실시 등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LH 사태 대책 마련에 있어 설계와 감리문제가 거론되며 정부·국회에서 대안이 한창 논의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시공 관련 문제가 사실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제도 변화가 선행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계·감리 의제들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시공분야가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인천 검단 LH 아파트의 경우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R)’가 적용된 현장인데, CMR은 시공사가 설계단계부터 참여하는 사업방식으로 원가절감이 주된 목적이다. 시공사가 상당한 권한을 갖고 설계단계에서부터 조정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공사비를 줄이려다 부실을 자초하는 격으로, 안전 측면에서 설계·시공·감리 삼권 분리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CMR 제도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공현장에 인력이 너무 적게 배치되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현행 법령상 감리분야는 배치기준이 존재하지만, 시공은 배치기준 자체가 없다. 현장에 가보면 시공인력보다 감리자·감리원이 더 많다고 현장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서울시 A 건축사는 “지금 LH 문제를 설계와 감리 문제로 편향돼 시공 제도 자체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경향이 있다”며 “시공계획서의 사전 심의제나 허가제 같은 것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 인천광역시건축사회장 류재경 건축사는 최근 <대한경제> 기고를 통해 작금의 상황에선 “진심 어린 사과와 안전대책 수립이 최우선”임을 밝히며 “전문가라면 이번 사태를 업역확대 기회로 삼을 것이 아니라 설계·시공·감리 전 분야에 걸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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