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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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치 창출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문제 발견(problem finding)’과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이 그것이다. 문제 해결은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에 집중해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이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웠던 대부분의 교육은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학교 교육을 열심히 받고 수학이나 영어 문제를 잘 풀면 좋은 대학을 나와 훌륭한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문제 발견과 관련해서는 제도권 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공교육 과정을 충실히 이행해 명문대를 나와 주어진 문제를 잘 풀어내던 사람에게 창의적으로 새롭게 문제를 고민해보라고 하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창조적으로 문제를 발견해낸 사람 덕분에 발전해왔다. 세상 사람들이 별 불만 없이 피처폰을 사용하고 있을 때 스티브 잡스는 기존 방식의 휴대폰에 불만을 품고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 스마트폰과 앱스토어를 개발, 세상을 바꾼 것처럼 혁신가들은 문제 해결보다는 문제 발견의 천재들이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문제 해결 역량만으로도 사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전문성을 쌓으면 난도가 높은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그쳤기 때문이다. 코딩 같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습득하고 자유롭게 활용하려면 적어도 2~3년 간은 풀타임으로 몰입해서 학습해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능수능란하게 코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면 굳이 새로운 문제를 창의적으로 발견하는데 관심이 없더라도 시장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조직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AI)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실제 필자는 코딩을 전혀 모른다. 하지만 챗GPT에 자연어로 코딩을 해달라고 부탁해봤다. “나는 코딩을 할 줄 몰라. 하지만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으니 코딩을 좀 해줘. 맨 윗줄에는 *** 이란 글자를 폰트 20 사이즈에 검정색으로 배치하고 그 다음 줄에는 기사와 사진을 넣을 수 있는 코너를 만들어줘. 이 코너는 모바일과 PC화면 크기에 맞게 자연스럽게 크기를 조절해줬으면 좋겠어. 마지막 줄에는 회사 이름과 주소를 폰트 사이즈 9로 작게 표기해줘.” 놀랍게도 불과 몇 초 만에 챗GPT는 능수능란하게 코딩을 해줬다.

“가장 핫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는 자바나 파이썬이 아니라 모국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즉, 문제 해결은 생성형 AI가 대신해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 생성형 AI에 내가 어떤 문제를 풀게 명령할 것인가, 즉 문제 발견 역량이 경쟁력의 요체가 될 수밖에 없다. 

새롭게 세상을 보고, 기존 서비스나 시스템의 사소한 불편이라도 민감하게 발견해서 해결책을 찾으려 하며, 사람들의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는 능력이 생성형 AI 시대에는 가장 중요한 가치 창출 역량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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