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 건축사(사진=하정훈 건축사)
하정훈 건축사(사진=하정훈 건축사)

“요즘 좀 어때?" “건축 상담 건수도 잘 없네요…” 최근 주변의 건축사들과 만나면 이런 이야기로 대화가 시작된다. 필자의 길지 않은 경력 때문에 사무소 운영이 쉽지 않은가 하는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이런 대화를 주고받으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축설계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렇게 대화를 이어 나가다보면 다양한 업역으로 밥벌이를 넓혀가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공공건축 설계공모부터, 건축물 해체, 건축물 관리·점검, 석면 해체, 감정 업무, 강의, 강연 등으로 건축사의 업역을 확장해 나가려는 분들도 있고, 혹은 정말 다른 분야로 전환을 준비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듣게 된다.

경기악화로 건축설계 건수 역시 줄어들었기에 설계 업무가 아닌 다른 일에 눈을 돌리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설계대가보다 낫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한편으로 마음이 씁쓸해진다. 건축사의 주 업무는 누가 뭐라해도 설계가 아닌가? 그런데 설계보다 다른 업무의 대가가 더 낫다고 하니….

건축사가 설계를 한 건물이 완공되면 건축물대장에 건축사와 사무소의 이름이 남겨진다. 처음에는 기분 좋고 뿌듯했다. 그렇지만 필자의 이름이 남겨지는 일이 늘어나면서 단순하게 기쁜 일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책임감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필자의 것은 아니지만 필자의 책임이 항상 따라다니는 것을 알고 나니 건축사의 무게감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요즘 협회에서 공공 및 민간분야 건축사 대가 기준을 일원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민간분야의 설계대가가 현실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고, 따라서 개인적으로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민간분야의 설계 품질도 덩달아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짧은 기간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바로 그 점이다.

‘민간 설계의 품질 향상’ 바라건데 인허가를 위주로 하는 건축사사무소에서 작업한 설계 도면으로 건물을 지어도 건축물의 품질이 보장되는 것이 보편적인 상황이 되길 희망한다. 필자 역시 건축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설계하고, 이를 건축주에게 이해·설득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내공을 쌓아 “하정훈 건축사가 설계했습니다.” 이 말 하나로 건축물의 품질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건축사가 되고 싶다. 앞으로는 그렇게 건축설계, 건축도면으로 밥 벌어 먹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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