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산과 역곡 공원 사이 자리 잡은 ‘책을 품은 숲’
총면적 1,494제곱미터,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건립
김현아 건축사 “숲·생태 의미 담을 수 있는 공간계획 위해 노력”

역곡도서관 전경(설계자 김현아 건축사 · H&H Design Group 건축사사무소, 사진=김현아 건축사)
역곡도서관 전경(설계자=김현아 건축사 · H&H Design Group 건축사사무소, 사진=김현아 건축사)

어릴 적 소설가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을 재밌게 읽었다. 한창 경제 발전이 한창이던 1980년대, ‘한강의 기적’, ‘3저 호황의 이면, 별별 막장 인간 군상이 등장하는 이 작품을 통해 부천이라는 도시를 알았고, 그곳에서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채워가는 이들의 삶을 응원하게 됐다.

역곡 근린공원 안에 자리 잡은 제27회 경기도 건축문화상 사용승인 부문 금상 수상작 부천시립 역곡도서관’(김현아 건축사, H&H Design Group 건축사사무소)원미동 사람들속 주인공들이 잠시 일상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책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책을 품은 숲이라는 건축물의 부제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그런 공간. 역곡 도서관은 대지의 특성을 활용해 자연의 모습과 조화를 이루는 지식 공간으로 구현됐다. 총면적 1,494제곱미터, 지하 1지상 3층 규모다. 지난 20195월 개관했다.


역곡공원 안에 있는 특성을 살려 숲 생태를 테마로, 생태자료를 전시할 수 있는 생태갤러리, 야외 문화공간인 한낮 정원, 시민 휴게공간인 달빛정원 등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부천시는 사업 초기 수요조사 단계부터 건립 과정 내 건립추진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주민과의 소통의 장을 만들었으며, 지역주민들이 원하고 필요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힘썼다.

원미동, 역곡동과 붙어 있는 원미산 끝자락 역곡근린공원 내 위치한 역곡도서관. 도서관 서쪽으로는 공원, 동쪽으로는 원미산의 풍광을 볼 수 있다. 마치 자연 속에 안긴 듯한 모습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공공시설물 사이의 경계는 차츰 희미해지고 있다.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책을 읽고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망중한을 즐기며 일상 속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공간의 기능도 함께 담당하는 곳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설계자 김현아 건축사는 원미산과 역곡공원에 인접한 위치 특성을 고려해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디자인을 통해 자연 속에서 문화를 경험하며 이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신경 썼다. 그 어느 건축물보다 주위 환경과의 조화를 염두에 둔 설계였다.

그래서 역곡도서관은 이러한 인식 변화를 훌륭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숲에서 캠핑하며 책과 데이트할 수 있다. 위치적 특성을 살려 숲 생태를 테마로 지어졌으며 생태자료를 전시할 수 있는 생태갤러리, 야외 문화공간인 한낮 정원, 시민 휴게공간인 달빛정원 등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입면계획도 자연과 도서관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했다. 1층은 나무 패턴과 목재를 사용해 자연적 요소를 드러냈고, 2층에는 하늘의 구름과 별을 담은 패턴으로 역곡공원과의 어우러짐에 초점을 맞췄다. 다음은 부천시립 역곡도서관 설계자 김현아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김현아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김현아 건축사 · H&H Design Group 건축사사무소(사진=김현아 건축사)
김현아 건축사 · H&H Design Group 건축사사무소(사진=김현아 건축사)

Q.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부천시립 역곡도서관은 2017년 설계공모를 통해 당선된 작품입니다. 공공건축물에 관심을 두고 있던 터라 역곡도서관 공모 내용을 살펴보고 작은 도서관이지만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응모했었는데 좋은 인연이 되려고 해서인지 당선됐습니다.

역곡도서관은 총면적이 비교적 작은 편에 속하는데 발주처인 부천시는 그 면적에 매우 다양한 공간들을 담고 싶어 했습니다. 도서관 장서량을 충족하면서 숲, 생태, 만화의 특화 공간이 있고 육아 나눔카페, 문화강좌실, 동아리방 등의 소통 공간을 두고자 했습니다. 저희는 부천시가 원하는 역곡도서관의 특성과 이미 자연 안에 있는 지리적 특성을 살려 , 생태의 키워드에 의미를 두고 설계를 진행했습니다.

Q. (
앞 질문에서의) 염두에 뒀던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역곡도서관은 서쪽으로 열린 조망이 있고 동쪽으로 원미산이 위치하는 역곡 근린공원 내에 자리합니다. 위치적으로 자연과 연계된 장점이 있긴 하지만 대상지 자체가 다양한 레벨을 갖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지형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자연 레벨과 어울리는 배치 및 매스 계획과 숲, 생태의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공간계획, 그리고 이미 펼쳐져 있는 자연과 하나 되는 입면계획 하나하나에 앞서 말씀드린 의미를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떻게 하면 발주처가 원하는 복합기능을 다 담고, 공원 끝자락에 위치하는 이 작은 공간을 지역주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특화된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가 큰 과제였습니다. 팀원들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누며 공간의 특화를 이끌어 최대한 담을 수 있는 특화 공간을 도출한 뒤 내외부 공간에 반영했습니다. 실시설계를 진행하면서는 대부분 공공건축물에서 발생하는 공사비 부족에 대한 문제를 얘기 안 할 수가 없는데 역곡도서관은 타 공공건축물 공사비에 비해서도 매우 부족한 편이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점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모두 좋은 건축물이 나오길 바라서인지 발주처 담당자분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고 설계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에 중점을 두어 결과물을 만들어 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지향점은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가치관이 바뀌면서 조금씩 변하고 다듬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진정성과 탁월한 전문성을 갖고 건강한 건축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 추구’, ‘행복한 공간 만들기입니다. 건축주가 저와 설계에 참여하며 행복감을 느끼셨으면 하는 것과 작품의 완성을 경험할 때 행복한 공간에서 행복한 시간()을 살아가는 것, 사용자의 행복이 최고의 가치, 지향점입니다. 공공건축이 다양성이 존재하긴 하지만 같은 공간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함께한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준공 후 역곡도서관이 이용자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자리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 정말 보람됩니다. 이용자들이 그곳에서 현재와 미래를 행복하게 만들어 가셨으면 합니다.

Q.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몇몇 도서관을 설계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도서관이 다양한 행위로 채워지고 문화와 지식, 만남과 휴식으로 공간이 더 풍부하게 채워지도록 많은 노력을 쏟았습니다. 그 노력에 대한 성과인 것 같기도 합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재료적인 측면에서 다양성이 부족하지 않나 고민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재료, 그중 그 건축물에 가장 합리적인 재료, 보편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는 것. 그런 것들을 고민하게 되었고 요즘은 한국건축에 관심을 다시 두게 되었습니다. 고건축이 아닌 한국적인 것, 한국적인 요소, 한국적인 결, 그러한 것들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우선 지식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넓혀가다 보면 깊이가 쌓일 듯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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