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한 번 건축되면 되돌리기 어렵고 오랜 시간 동안 상시 사람들이 이용한다. 때문에 건축사는 설계에 앞서 건축물이 미칠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역마다의 특색과 환경이 다른 만큼 사회 전체를 조망해 보는 거시적 안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대한건축사신문은 매년 발표되는 주요 해외 건축상을 톺아보려고 한다. 대체로 건축상은 시대적, 사회적 경향성을 담은 작품을 선정한다. 건축상을 살펴봄으로써 현재 건축계가 지향하는 일종의 시대정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건축적 우수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영국왕립건축사협회의 스털링상(The RIBA Stirling Prize)과 소규모 프로젝트의 설계 우수성을 평가하는 미국건축사협회의 스몰 프로젝트 어워드(AIA Small Project Awards)를 중심으로 살펴보려 한다.
The RIBA Stirling Prize
혁신, 독창성, 접근성,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건축적 요소를 평가하는 RIBA 스털링상. 2021년도에는 Grafton Architects의 Kingston University ‘Town House’가 수상했다. 타운 하우스라는 이름처럼 이 건물은 의도적으로 민주적이고 열린 공간으로 설계됐다.
이 건축물은 Kingston University 부지를 재활성화 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학의 핵심 원칙인 지속 가능성 및 커뮤니티 액세스를 반영한 설계 디자인이 학생들의 학습 경험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공간을 만들어 비공식 학습, 연구 및 성능이 한 지붕 아래에서 유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직원, 학생 및 졸업생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Town House는 지역 사회에 필요한 공간을 제공한다.
대학의 혁신적인 학습 센터로 설계된 이 건물의 개방 정신은 내부에 반영됐다. 건축물 내 숙박 시설의 50% 이상이 개방형으로 설계됐다. 서로 맞물리는 공간의 매트릭스와 물리적·시각적으로 중첩되도록 직조해 학생, 방문자, 그리고 교직원이 상호 연결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동시에 독창적인 학습과 협업이 가능하도록 그룹 작업을 위한 코너를 제공한다. Town House의 거주자는 건물 전체에서 일어나는 일을 항상 볼 수 있으므로 협업이 장려되고 학습을 사회적 과정으로 촉진시킨다.
북유럽 건축에서 볼 수 있는 외부 회랑을 반영하는 콜로네이드는 학생, 직원, 방문자, 지역 사회 구성원에게 장벽 없는 편의 공간을 제공하는 계획의 핵심 부분이다. 위층에는 3개의 계단식 조경 테라스가 있고, 건물 전체에 걸쳐 외부 이동을 할 수 있다. 지면에서 지붕까지 계획을 쉽게 연결한다. 재구성된 석재로 건축된 콜로네이드의 바깥 면은 맞은편에 있는 서리 카운티 의회 건물의 포틀랜드 석재 외관을 반영했다. 활성화 콘크리트 프레임을 사용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RIBA 스털링상 심사위원단은 “학생과 지역 사회를 매끄럽게 연결해 고등 교육을 위한 진보적인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국제적인 찬사와 관심을 받을 만하다”라고 평가했다.
AIA Small Project Awards
AIA의 스몰 프로젝트 어워드는 소규모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설계 우수성을 평가하는 상이다. ▲최대 건축비 25만 달러의 건축물, 환경 예술 작품, 건축 디자인 요소 ▲건설 비용이 최대 250만 달러 내외의 소규모 프로젝트 건설 ▲16,529.00㎡ 미만의 소규모 프로젝트 건축물, 환경 예술 작품, 건축 디자인 등을 대상으로 한다.
금년도 수상작 중 하나인 Jade Alley는 Daniel Toole Architecture, SB Architects가 공동으로 설계를 진행했다.
Jade Alley는 포물선 콘크리트 벽과 정면은 크기, 그림자, 빛의 변화로 새로운 건물과 기존 건물을 함께 통합해 특징 없던 마이애미 골목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쓰레기통, 변압기, 무단 주차가 가득했던 도시의 유휴공간을 지역사회를 위한 흥미로운 공간으로 재탄생 시켰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Jade Alley는 공간을 즐기기 위해 비용이 필요하지 않은 유일한 장소 중 하나다.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포장 도로, 진입로 및 인도 전환을 현재 접근성 표준을 충족하도록 완전히 재건했다. 소매점, 식당 종사자, 고등학생, 관광객들이 아치와 골목의 울창한 식재가 만든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자동차에 의존하는 도시에서 보기 드문 보행자 중심의 공공 공간을 제공한다. 아치는 원래 골목길의 비공식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거친 판자 형태로 주조됐다. 판자가 남긴 흔적은 아치에 목재와 유사한 질감을 부여하는데, 이는 마이애미의 극한 기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이다.
아치와 유사한 기하학이 골목의 새로운 상점 전면을 따라 적용됐다. 기존 쓰레기, 기계실은 지역 기업이 운영하는 작은 소매 및 식당 공간으로 달라졌다. 또한 마이애미와 전 세계 예술가들의 벽화와 예술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이 작품들은 무료 예술 산책, 공연, 기타 활동과 결합해 도시의 문화 현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