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부터 완공까지 긴 호흡이 필요한 건축에 어울리는 텍스트
꾸준히 이어온 글쓰기 습관 바탕으로 스토리텔링 건축소설 출간해

김선동 건축사 · 오픈스튜디오건축사사무소 (사진=김선동 건축사)
김선동 건축사 · 오픈스튜디오건축사사무소 (사진=김선동 건축사)

유튜브, 숏츠, 릴스 등 동영상 콘텐츠 소비가 주류인 상황에서 건축 과정과 건축사의 업무를 글로 소개하는 건축사가 있다. 집짓기 안내서와 같은 실용서부터 에세이, 소설까지 다양한 형식의 텍스트를 작업 중인 김선동 건축사(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글 쓰는 건축사로 자신만의 건축 언어와 콘텐츠를 단단하게 구축해나가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즘 콘텐츠 소비 방식이 아무래도 짧은 동영상 위주이죠. 세대 차이일 수도 있지만 콘텐츠 생산자로서 저는 영상보다 텍스트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건축은 설계부터 완공까지 긴 호흡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분야를 짧은 영상으로는 전부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반면 메모, 드로잉, 에세이 등 텍스트라는 형식 안에서는 건축과 관련된 생각을 보다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더라고요. 익숙한 방식으로 기록을 쌓아가다 보니 글이 쌓여 책이 되었네요.” 

김선동 건축사는 글과 건축에 대해 이렇게 운을 떼었다. 건축물 리뷰, 서평, 스케치, 포트폴리오 등을 블로그에 업로드하며 건축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열린 건축을 지향하는 가치관을 담은 오픈 스튜디오라는 사무소 명처럼 콘텐츠의 면면들도 건축 설계과정을 공유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스토리텔링이라는 형식을 통해 설계 과정을 속도감 있게 쓴 두 권의 건축 소설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다. 김선동 건축사는 건축소설 COMPETITION’내 집을 지어보고 싶습니다를 자비 출판했다. 에세이나 드로잉, 건축 비평을 주제로 책을 출간하는 건축사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제가 학창 시절에 만화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스토리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나 부담감이 덜한 것 같아요. 책을 내는 건 건축 지식을 축적하는 동시에 저라는 건축사를 알리기 위한 목적입니다. 그것만 하기에는 약간의 부담도 있고 스스로도 환기가 필요해 평소와 다른 형식의 소설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김선동 건축사의 첫 번째 소설 COMPETITION’은 대형 사무소와 작은 사무소에서 겪었던 경험과 상상을 보태어 쓰였다. 국립 현대미술관 신축 설계공모에 도전하는 젊은 건축사들이 주인공으로, 설계공모와 건축 과정, 건축계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 두 번째 소설 내 집을 지어보고 싶습니다는 집을 짓는 과정을 쉽고 재미있게 다뤘다

이 책은 주인공인 설민영 건축사가 자신의 사무소를 개소한 뒤 건축주를 만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집을 짓는 과정이 주요 내용입니다. 나름 로맨스도 있고요. 중간중간에 건축 거장의 주택 작품과 저의 코멘트가 더해져 읽는 재미를 살렸습니다. 집 짓기라는 과정을 이야기로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료=좋은습관연구소)


꾸준히 이어온 글쓰기 습관을 다룬 저서도 있다. 건축가의 습관(예술과 실용사이)’은 김선동 건축사가 건축사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몸에 익힌 습관들을 담았다. 스케치, 독서, 글쓰기 등 창작을 위해 자양분을 얻는 방법부터 사무소 운영 철학과 건축관까지 사무소 운영에 있어 실용적인 정보도 담고 있다. ‘글 쓰는 건축사라는 수식어답게 그는 1년에 한 권씩 출간할 계획을 밝혔다. 단순함 속 단단함을 만들어가는 김선동 건축사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야기의 형식을 가지고 글을 쓰게 된 건 한 번에 이해되는 글을 쓰고 싶어서였어요. 건축이라는 산업, 그 안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전문가가 아닌 분들이 너무 무겁게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단순하지만 단단한 글로 표현하는 게 궁극적인 지향점입니다. 물론 건축 활동이 근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가장 확실한 저의 콘텐츠니까요. 사무소 개설 이후에 첫 작품인 교회 건물이 6월에 완공됐습니다. 작년에 설계를 진행했던 다세대 주택도 공사 중에 있고요. 완성작을 꾸준히 만들어 가면서 저만의 건축 언어를 구축해 가려 합니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