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예상되는 일들과, 건축주가 그 공간을 사용할 때 발생될 수 있는 일들을 예측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건축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건축주의 삶의 방식을 이해한다. 그리고 미래에 공간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거나 증축될 때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주변의 상황들이 어떻게 변해갈지, 심지어는 수명이 다하고 해체될 때는 어떻게 분해되고 재활용될 수 있을지까지 수많은 부분들을 예측하여 계획해야 한다.

건축주의 요청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낮은 확률이라도 각종 사고의 위험이 있을지를 상식과 규정에 따라 검토하며, 각종 법규에 적합하게 계획되고 도면대로 시공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다양한 인문학적, 수학적 사고가 기반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수련과정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5년제 교육과정이 시행되었다.

방법에 대한 개선 의견을 가지는 분도 있지만, 최소한의 소양을 확인하기 위해 자격시험을 거쳐 건축사 자격을 취득해야 하며, 그 후에도 건축주들은 충분한 경험을 가진 건축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경험을 쌓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때로는 특별한 상황까지 예측하거나 대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수년 전부터 얼마 전까지 겪었던 감염성 질병이 유행하는 경우에도 많은 건축물의 동선과 설비가 달라져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건축에 관련된 최고 전문가로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 빠르게 대응했어야 했다. 또한 기후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비바람과 지진, 화재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기준도 과거의 설계 기준에만 맞추기보다는 경우에 따라 다양한 예측과 대응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렇듯 건축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예측하며 계획하여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전문가로서 건축사라는 자격이 부여되는 것이며 그만큼 많은 책임도 부여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의아한 부분들이 자주 찾아진다. 에너지절약계획서에 맞춰 계획한 근린생활시설 입면은 임대인이 선정한 인테리어 시공자에 의해 교체되기도 하고, 무자격자가 안전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은 채 옛 건물을 대수선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TV와 잡지에도 무자격자가 건축 전문가로, 설계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여전히 찾아져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다른 전문직에 비해 건축분야는 전문가의 구분에 대한 명확성이 낮으며,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법적 기준이 버젓이 있는데도 시공사 면허를 대여해 주겠다는 팩스는 계속 전송되어 오고 있다. 건물을 짓기 위해 여전히 시공사를 먼저 찾아가거나,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먼저 찾아가는 건축주들이 있다. 건축사 스스로의 경험과 역량을 키우려는 노력을 하는 동시에, 국민들의 인식 속에 자격요건에 대한 기준과 건축사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명확하게 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전문가를 전문가답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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