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율 건축사. (사진=이창율 건축사)
이창율 건축사(사진=이창율 건축사)

1963년 건축사법 제정 당시 건축사사무소를 등록한 건축사는 의무적으로 건축사협회 회원이 되도록 했다. 2000년대 들어서며 의무가입 조항이 삭제되고 임의가입으로 전환되었다. 23년이 지난 지금 건축사등록원 설립과 의무가입으로 여러 건축정책개발이 적극 추진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공익성이 우선되는 타 전문자격사의 경우는 협회 의무가입으로 회원들을 관리하고 있다. 건축사와 함께 의무가입을 폐지했던 변리사, 노무사, 감정평가사 등의 협회도 환원된 상태이다.

지금의 건축설계·감리 시장은 지나친 자율경쟁과 공적 기능 약화로 인해 공공연한 불공정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어, 건축생태계의 정상화가 매우 시급한 상태이다. 따라서 의무가입을 통해 전문직단체로서 건축사협회가 건축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그리고 윤리의식 강화 등 공적 기능과 자정 운동을 강화해야 한다. 

건축설계·감리시장은 국가, 사회적 재화에 의해서 공급되는 공공재이다. 이 공공재의 보통 시장 대가는 존재하지 않으며 수익자 부담 원칙도 적용되지 않는다. 공공재의 속성은 어떤 회원의 소비가 다른 회원의 소비를 방해하지 않고 여러 회원이 동시에 편익을 취할 수 있는 비경쟁성, 비선택성의 재화이다. 건축설계·감리 대가는 소유 주체보다 더 큰 의미의 공평하게 혜택받는 공공재이다.

경제학에서 공공재란 비경합성(non-rivalry)과 비배제성(non-excludability)을 갖춘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비경합성은 누군가 단독으로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공동으로 공유할 수 있는 속성이 있으며, 비배제성은 재화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 사람을 소비활동에서 배제할 수 없는 특징을 담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알고리즘이 조합되는 AI 시대이다. 건축사는 언제까지 설계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심의 받고 인·허가와 사업승인을 받아야 하는가? 지금이 바로 인간이 별도의 기준을 정해주지 않는 방대한 데이터를 체크리스트가 정한 AI 알고리즘에 의해 각종 심의, 인·허가, 사업승인을 받는 대한건축사협회의 기능이 필요할 때이다. 학회 등에서 일부 준비 중에 있으나 건축사협회가 이를 주도하게 되면 모든 건축사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1년에 약 30만 세대의 공동주택이 사업승인을 득하고 있다. 필자는 가구당 10만원을 AI 기능을 관리하는 주체에 낼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렇게 되면 대한건축사협회는 공동주택 심의 업무에서만 1년에 300억 원을 비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곧 모든 회원의 “공공재”가 된다는 말이다.

물리적인 의무가입으로 건축사가 하나가 된다면 협회에는 그 경제적인 책임이 지워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물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 전 집행부는 등록원을, 현 집행부는 의무가입을, 다음 집행부는 협회와 회원을 경제적으로 살찌게 하여야 한다. 지금 바로 앞날을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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