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수 건축사
한현수 건축사(사진=한현수 건축사)

올해로 실무를 시작한지 어느덧 20년. 운 좋게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국내·외 다양한 사이트와 프로그램을 설계할 기회가 주어졌다. 건축 및 인테리어의 기획, 계획 및 실시설계, 인허가, 감리 등의 실무와 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고, 다양한 분야의 클라이언트·협력사의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교류를 통해 건축사로서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지난 20년에 비해 현시점의 사회는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듯하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COVID 19로 인해 사회와 가족 간의 공간적 격리를 경험하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연환경의 변화로 지진, 폭우, 폭염이 세계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장기적인 경제침체 등,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일례로 원자재 값 상승, 물류비 증가는 건축 자재비와 공사비 상승에 원인이 되어 많은 건설 사업들이 중단되고 있고,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신규 프로젝트들의 PF가 어려워지면서 사업자체가 중단되거나 딜레이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우리 건축 설계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프로젝트 중단과 무기한 일정 연기 등 건축사사무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도구인 챗GPT 등 거대 언어모델(LLM)의 등장은 사회전반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픽 분야에서 PPT를 생성해주는 Gamma, DALE-E, Art Breeder, DeepArt.io가 변화를 가져오고 있고, 우리에게 익숙한 Photoshop, 3D tool에서도 AI가 접목이 되면서, 대안을 생성하고 건축사의 설계와 비교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필자 또한 이렇게 급변하는 변화 속에서 건축사의 역할 중 사업성, 법규, 대안 검토 등의 기능위주의 건축설계를 AI가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는데, 이미 실현이 되어 상용화 되고 있고, 건축사사무소 82%가 4인 이하의 소규모 사업체인 현실 속에서 이러한 변화가 설계방식에 획기적인 효율을 가져올 것인지, 오히려 변화에 둔감한 설계 업계를 잠식하고 건축사의 존재의 가치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릴 것인지 적지 않은 두려움이 상존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사회의 변화 속에서 건축사 헌장에 나오는 “국민의 쾌적한 생활공간과 환경개선을 위하여, 기술개발과 건축물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라는 대의 실현을 위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가야 되는지 오늘도 정답 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반면 거대한 담론보다는 오랫동안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께서 언급했던 “건축 설계는 전체 건축과정에서 아주 작지만. 중요한 부분이다”라는 말씀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오늘도 묵묵히 건축사로서의 삶을 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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