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한 번 건축되면 되돌리기 어렵고 오랜 시간 동안 상시 사람들이 이용한다. 때문에 건축사는 설계에 앞서 건축물이 미칠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역마다의 특색과 환경이 다른 만큼 사회 전체를 조망해 보는 거시적 안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대한건축사신문은 매년 발표되는 주요 해외 건축상을 톺아보려고 한다. 대체로 건축상은 시대적, 사회적 경향성을 담은 작품을 선정한다. 건축상을 살펴봄으로써 현재 건축계가 지향하는 일종의 시대정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건축적 우수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영국왕립건축사협회의 스털링상(The RIBA Stirling Prize)과 소규모 프로젝트의 설계 우수성을 평가하는 미국건축사협회의 스몰 프로젝트 어워드(AIA Small Projcet Awards)를 중심으로 살펴보려 한다.
The RIBA Stirling Prize
RIBA 스털링상은 디자인 비전을 포함해 혁신, 독창성, 접근성,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해 평가한다. 특히 스털링상은 한 해 동안 영국의 건축 발전에 공헌한 건축사에게 수여된다. 금년도 수상자는 오는 10월 발표된다.
지난해에는 Niall McLaughlin Architects의 The New Library, Magdalene College in Cambridge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도서관은 17세기에 지어진 도서관의 비좁은 공간을 새롭게 대체했다. 벽돌, 박공지붕, 트레이서리가 있는 창문, 벽돌 굴뚝 등으로 현대적이면서도 주변 건축물과 조화를 이뤘다.
특히 채광과 환기가 잘 되도록 건물 천장의 높이를 높였다. 벽돌 굴뚝의 규칙적인 그리드가 목재 바닥과 책장을 지지해 안정감을 주면서도 건물 내 공기를 순환시킨다. 4개의 굴뚝 사이에 아치형 랜턴 채광창을 설치했다.
도서관 열람실과 스터디룸을 격자 구조로 구성해 공간 활용을 했고, 독립적인 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레이아웃을 적용했다. 규칙적인 배열은 내력 벽돌을 활용한 수직 구조의 묘사, 스패닝 공학의 목재 수평 구조를 적용해 날실과 씨실 같은 패턴을 만든다. 개인 공간과 공유 공간마다 돌출형 창문도 설치했다. 목재 인테리어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도 따듯한 학습 공간을 제공한다.
RIBA 스털링상 심사위원단은 “명확한 목적을 가진 이 도서관은 재료뿐 아니라 모든 관점에서 시간의 시험을 견딜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겠다는 건축사의 의도가 드러났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AIA Small Project Awards
AIA의 스몰 프로젝트 어워드는 소규모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설계 우수성을 평가하는 상이다. ▲최대 건축비 25만 달러의 건축물, 환경 예술 작품, 건축 디자인 요소 ▲건설비용이 최대 250만 달러 내외의 소규모 프로젝트 건설 ▲16,529.00㎡ 미만의 소규모 프로젝트 건축물, 환경 예술 작품, 건축 디자인 등을 대상으로 한다. 금년도에는 9개의 프로젝트가 이 상을 받았다.
Liberation Coffee House는 LA의 LGBT 커뮤니티 센터 내의 카페 겸 갤러리다. 이곳은 LGBTQ+ 청소년과 노인의 취업 준비를 돕는 사회적 기업의 공간이다. 설계를 진행한 지역 스튜디오 ORA는 지역사회의 안식처이자 센터가 지향하는 바를 공간에 담았다.
팝 아티스트 키스 해링(Keith Haring)에서 영감을 얻은 대담한 색상과 움직임, 그리고 프라이드 플래그(Pride Flag)에서 영감을 얻은 내부 팔레트가 인상적이다. 각각의 색은 LGBTQ+ 커뮤니티의 역사를 기념하는 동시에 활기찬 정신을 보여준다. ORA는 곡선을 건축 요소로 활용해 모두를 환영하는 센터의 특성을 구현했다. 또한 캘리포니아의 일몰을 연상시키는 다채롭고 얇은 패브릭 패널로 남쪽의 강한 햇빛을 완화했다. 패널은 설치가 간단해 직원이 손쉽게 유지관리 할 수 있다.
AIA 심사위원은 “공간이 밝고 경쾌하다”며 “후원자를 유치하는 데 역할을 하는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