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 구조계산서와 구조도면의 오류가 결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직후부터 조사 결과 발표 시점까지 접할 수 있었던 사고 관련 뉴스에 시민들이 남긴 댓글을 살펴보면 설계자, 감리자, 시공자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인의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이러한 판단은 섣부른 것일 수 있다.

사회적 의미를 가진 우수한 건축물을 거론할 때 설계한 건축사가 언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것은 사회적 존중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건축사가 우선적으로 비난받고 있다고 생각된다. 시민들이 건축사를 건축의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비난의 화살을 맞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기사를 접한 시민들은 여러 건축 전문가를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모두를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미디어는 손안의 핸드폰을 통해 쉽게 주요한 기사들을 접할 수 있게 한다. 잠깐의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기사 제목을 클릭하게 하려면 좀 더 자극적인 제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이 사고와 관련된 기사 제목 중 ‘기둥에 철근이 없다’고 표현된 것도 있었다. 이러한 자극적인 제목에도 불구하고 건축에 대한 지식이 있는 관계자들은 보강근 일부가 누락되었다는 내용이라고 파악하겠지만, 국민들의 시각에서는 ‘어떻게 철근 없이 기둥을 만들 수 있는가’라고 과장하여 생각하도록 만들 수 있다. 건축사의 업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하듯이 이러한 건설사고에 대한 기사는 사회적 인식을 만들어내는 영향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

조사 결과는 앞서 언급한 대로 구조계획의 문제가 주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미 사회적인 인식은 모든 관계자를 비난하게 만들었고 이것은 쉽게 수정되거나 지워지기 어려운 것이다. 최초 기사를 접할 때 사실로 밝혀진 내용들만 언급되고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는 추측에 의한 비난은 지양해야 한다. 또한 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과정에서도 ‘설계과정의 문제’라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어서 건축사 업무에 문제가 있었다고 오해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 이러한 표현이 미디어를 통해 전달된다면 시민들의 오해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사 현장의 안타까운 사고들이 앞으로는 발생하지 않아서 누구의 잘못인지 조사할 필요가 없으면 좋겠으나,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사고가 생긴다면 미디어는 원인이 규명되기 전에 성실히 업무를 수행한 관계자를 포함한 다수를 비난하게 할 수 있는 내용을 전달하지 말아야 하며, 조사 결과는 명확한 용어를 사용하고 전문적인 판단을 통해 발표되어야 한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공사 현장의 사고보다는 문화와 우리 삶의 바탕이 되는 역할로서의 건축이 많이 다루어지고 사회적인 인식이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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