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상 건축사(사진=이오상 건축사)
이오상 건축사(사진=이오상 건축사)

최근 경기도의 한 건물에서 배수 문제 등의 하자로 인해 수분양자들이 장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건물이 문제가 되어 수분양자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관련 내용의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관청에서 건축 관계자 등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고,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 의사를 밝히며 업무대행 건축사 등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은 관계자 중 책임의 무게가 업무 대행 건축사가 가장 컸다고 판단했던 것일까?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업무 대행 건축사가 수행해야 하는 범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업무 대행은 법령에서 위임된 공무원의 업무를 대행하는 업무이다. 공무원이 직접 처리해야 할 사용검사 업무를 건축전문가인 건축사에게 대행하도록 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위법한 건축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허가사항대로 시공을 확인하는 것이 업무 대행 건축사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현장 조사 검사 및 확인 업무 대행 수수료와 검사대행 소요 시간은 연면적에 따라 정해진다. 제한된 시간 내에 건축 전반에 대해 확인을 하기에는 업무량이 상당하다. 현장 확인이 완료되면 사용승인조사 및 검사조서 서식에 맞추어 확인하도록 하는데, 인허가 허가조서와 다를 바 없는 서식 때문에 허가사항이 적법한지까지도 확인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업무 대행 건축사가 사용 전 검사 시 허가사항이 부적합하다고 하여,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건축단계별 확인의 주체와 책임의 범위가 명확해질수록 각자의 임무에 충실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허가 단계에서 확인되어야 하는 사안들이 공사가 끝날 때까지도 불확실하게 표류되어 업무 대행 건축사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업무 대행 건축사의 업무 범위는 시공 관련 서류와 현장이 허가 도서와 일치하는지 여부에 관한 확인까지라고 생각한다. 해당 업무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업무 내용에 맞게 사용승인조사 및 검사조서 서식을 수정하여 책임 범위가 명확하도록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검토 도서별로 일치 여부를 판단하는 리스트 정도가 되어도 좋을 것 같다.

건축사 업무에 대한 책임과 규제는 범위를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무한책임에 가까운 것에 비해 건축사의 권리는 개연성이 없어 보인다. 그동안 건축 관련 산업이 성장 해오며 건축사의 입지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선배 건축사님들의 희생과 노력에 비례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2023년 8월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이 시행된다. 건축사들이 하나가 되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건축사의 사명과 역할, 의무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이 논의 강조됐지만, 건축사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이 희생됐다. 과도한 규제와 책임을 지우는 정책보다는 건축사협회에서 건축의 본질을 스스로 탐구하고 자정해 나아가는 정책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건강한 건축문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협회는 밀도 있는 소통을 해야 하며, 하나 된 목소리를 만들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건축사의 의무와 권리의 균형이 건강한 건축문화 형성과 생존을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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