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 중 하나
근접성·다양성·연결성 키워드…시범사업 대상지 연내 선정

건축과 도시설계(Urban Design)는 불가분의 관계다. 도시라는 지역 사회 안에서 건축물은 구성원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도시의 일부로 자리매김 한다. 아쉽게도 산업화를 겪으면서 건축과 도시설계가 기능적으로 분화됐고 점차 그 간극이 벌어졌다. 하지만 도시계획은 여전히 건축적 섬세함을 필요로 한다. 도시만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는 기능적 구획이 아닌 디테일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한 건축사는 지금 우리를 둘러싼 도시 풍경은 우리가 합의하고 만들어 낸 약속의 결과물이다. 그 풍경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아서 규칙을 만들고 실천하고 호오를 말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한건축사신문은 우리를 둘러싼 도시 환경의 변화 추이를 따라가며 현 시점에서 필요한 건축적 섬세함을 고민하려 한다.

서울시가 지난 1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확정공고했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은 살기 좋은 서울의 실현 방안 중 하나로 보행일상권 도입을 포함하고 있다. 보행일상권은 나를 중심으로 하는 일상 생활권의 개념이다. 주거지에서 15~20분 내로 일상생활서비스에 접근이 가능하도록 근접성, 다양성, 연결성을 지향한다. 다시 말해, 도시계획의 관점을 바꿔 이동 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시급성·실효성·중요도 등 다양한 지표를 기반으로 보행일상권 시범사업 대상지를 연내에 선정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도 지난 2월 국토계획법 개정을 통해 생활권계획의 제도화를 논의하고 있다. 시간 개념을 적용한 생활권 단위에서 공간계획을 수립해 삶의 질을 높이고 교통 편의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서울연구원의 연구 보고서 다양한 도시계획제도 활용과 서울만의 특성 살려 이동시간 줄이고 삶의 질 높이는 보행일상권 실현’(이하 보고서)은 보행일상권 실현을 위한 추진 방향과 전략 등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를 통해 서울시 보행일상권에 대해 살펴봤다

(자료=서울특별시)
(자료=서울특별시)

서울시 보행일상권은 일명 ‘N분 도시 정책으로 불리는 시간도시계획에서 출발했다. 시간도시계획은 시민들의 이동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도시계획의 관점을 전환했다. 기존 도시계획과 정비가 역동성과 효율성에 기반 해 도시를 확장하는 것에 집중했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개념이다. 이동이 아닌 일상에 시간을 써야 한다는 생각의 전환은 도시와 시민의 삶을 재창조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시작됐다. 기후변화, 탄소 중립, 팬데믹,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을 겪으면서 시민들은 이동시간에 대한 다른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이 정책은 공간 구조의 다핵화에 대응하며, 상향식 도시계획으로 정책에 삶의 질을 반영해 시민 체감도를 높이고 있다. 이미 세계 여러 도시에서 시간도시계획은 도시와 지역을 관리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정책으로 부상했다. 프랑스 파리, 미국 포틀랜드, 호주 맬버른 등을 비롯해 부산에서도 생활보행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보행일상권의 개념(자료=서울연구원)
보행일상권의 개념(자료=서울연구원)

서울시가 추진하는 보행일상권의 핵심은 근접성, 다양성, 연결성이다. 우선 와 주요 시설 및 거점, 타인과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 일상의 필수적인 기능을 확충해 근거리에서 일상생활서비스 이용 편의성을 극대화 한다. 또한 용도 복합을 통해 지역 거점에서 일상생활서비스를 지원받도록 한다. 생활 SOC 시설의 복합화뿐 아니라 시간대 별로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보자전거마을버스 등 친환경 교통수단 이용을 통한 높은 연결성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그동안 도시계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던 생활권 내 이면도로나 보행로 등에 대한 개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앞서 서울시는 20182030 서울생활권계획을 수립하며, 지역생활권 생활SOC 수요를 바탕으로 최대 800m 이내 범위에서 시설별 공급 현황을 분석했다. 국토교통부도 2019년 기초생활 인프라의 국가적 최저기준을 설정해 발표한 바 있다. 국가적 최저기준은 반경 500m부터 1,250m까지 시설에 차등을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보행을 포함해 자전거, 마을버스 등의 교통수단을 활용해 15~20분 이내로 접근 가능한 공간적 범위를 설정했다. 지역생활권 내 지구중심 입지를 고려해 서울시 보행일상권은 크게 네 곳의 생활권으로 구분된다. 한 개의 지구중심을 포함하는 지역생활권 27개소다. 도심권의 한남, 동북권의 면목, 성북동선, 서북권의 홍제, 합정서교, 서남권의 공항방화, 흑석, 동남권의 개포일원, 대치도곡 등이다. 둘 이상의 생활권에 걸쳐있는 권역은 총 39개 지역권이다. 동북권의 미아, 구의, 서북권의 응암, 충정, 서남권의 고척개봉, 노량진, 동남권의 암사, 가락 등이다. 지구중심 이외 상위중심지만 포함하는 지역생활권은 총 38개소다. 도심권의 소공회현, 후암용산, 동북권의 노원, 왕십리행당, 서북권의 상암, 불광, 서남권의 여의도, 구로디지털단지, 동남권의 서초, 송파다. 중심지를 전혀 포함하지 않는 지역생활권 12곳으로는 평창부암, 정릉, 공릉, 하계, 이문휘경회기, 진관 등이다

생활권계획과 지구중심을 활용한 보행일상권 실현(자료=서울연구원)
생활권계획과 지구중심을 활용한 보행일상권 실현(자료=서울연구원)

문제는 보행일상권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실현 방안이다. 현재 서울시 중심지체계는 도시기본계획에 근거해 3도심, 7광역중심, 12지역중심으로 설정됐다. 이 같은 위계적 중심지체계로는 를 중심으로 작은 단위의 일상권역을 지원하기에 한계가 있다. 보고서는 기존 중심지체계와 일상 생활공간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생활권역마다의 특성유형기능에 따라 다양한 역할과 성격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보행일상권의 단계적 추진방안(자료=서울연구원)
보행일상권의 단계적 추진방안(자료=서울연구원)

구체적인 방안으로 생활권계획의 내용을 경량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현재 116개 지역생활권 단위로 수립된 생활권계획을 자치구 단위로 통합·수립해 계획 내용을 경량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2018년 서울시가 발표한 2030 서울생활권계획에서 다뤘던 내용과 동일한 부문별 계획은 지역별 특성에 따라 차별 적용을 권한다. 무엇보다 보행일상권이 지역생활권 경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은 만큼 보행일상권 도입을 자치구 단위에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3단계에 걸친 단계적 추진 방안도 제시됐다. 1단계는 서울시 차원에서 보행 일상권의 시범 계획 수립 2단계는 자치구 단위로 보행일상권 대상지 발굴과 사업 추진 3단계는 자치구 단위 외 지역의 적용이다.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방안을 적용해 보행일상권을 실현하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은 급격한 사회 환경 변화를 반영해 유연한 도시계획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하위의 분야별 계획과 정비 계획 등의 방향을 제시하는 청사진이 돼 서울시민의 삶의 질과 도시 경쟁력 향상에 주요한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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