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는 건축적 이상 실현하는 제도적 울타리로서 기능해야”

신진건축사들은 꿈이자 목표인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협회 가입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부졸업, 실무수련, 수험생 생활, 그리고 창업까지 모두가 쉽지 않은 선택의 연속이고,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본지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인 ‘신입회원에게 듣는다’는 긴 시간의 노력 끝에, 사무소 개소에 성공한 건축사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삶의 에피소드와 더불어 창업기 등 동료이자 선후배가 될 이들을 조명함으로써 활력 넘치는 업계 분위기 조성에 기여하고, 소속감과 연대의 가치를 공고히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편집자주>

“협회가 의무가입 이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민간대가 기준이 마련된다면 시민들의 건축사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건축설계 시장에도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박형빈 건축사(시서재건축사사무소)는 협회가 추진 중인 민간대가 기준 마련에 대해 이 같은 생각을 전하며, “건축사들의 자존감 역시 민간대가 제정을 통해 회복할 수 있을 것”고 말했다. 또 의무가입으로 유일무이한 단체의 위상을 가졌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회원들의 건축적 이상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하길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건축사업계 입문 2년차 박형빈 건축사를 통해 업계를 향한 포부와 발전을 위한 제언을 들어볼 수 있었다.
 

박형빈 건축사(시서재 건축사사무소), 사진=박형빈 건축사
박형빈 건축사 · 시서재 건축사사무소(사진=박형빈 건축사)

Q. 건축사사무소 개소 소감과 개소에 따른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소개를 부탁합니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건축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제법 이른 나이었습니다. 사실 ‘건축’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던 중학생 시절이었으니까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선생님께서 프랑스로 공부하러 떠나시게 되어 작별 인사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당시 선생님께 무엇을 공부하러 가는 거냐고 물었고, 선생님은 ‘건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에게 건축은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막연히 디자인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건축은 디자인의 영역인 탓에 “나중에 건축을 하겠다”고 목표를 정한 것이죠.

목표는 곧 현실이 되었습니다.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이듬해인 2022년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무소 이름은 ‘시서재 건축사사무소’로 정했습니다. ‘삶의 시간과 이야기를 심는다’는 의미인데, 실은 저의 가족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이기도 하죠. 그래서 인지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시서 재건축사사무소’로 오인해 재건축 설계를 전문으로 하냐고 물어 오시는 고객들도 있어 그럴 때면 한바탕 웃으며, 자세한 설명을 드리고 있습니다.

Q. 건축사로서 어떤 꿈과 비전이 있는지, 또 의무가입이 올해를 기해 완성되는데 건축사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 부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시서재’라는 사무소 이름의 의미가 개인적인 건축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간의 가치는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살아가는 시간과 또 삶의 이야기가 덧씌워졌을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혹자가 말하는 멋진 공간도 누군가에는 부담스럽고 마음이 불편한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공간을 만들어감에 있어 사용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맞춰가는 과정을 충분히 가지려고 합니다.

시서재를 통해 만들어진 공간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건축적 이상이 실현되기 위해서 제도적인 기반과 울타리가 있어야 되겠죠. 그것이 협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그래야만 창작활동을 위한 안정적인 가치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일무이한 단체가 되어 그들만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단체로만 되어선 안될 것이며, 이를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소통을 중시하는 박형빈 건축사가 설계한 다대리 주택 전경(자료=박형빈 건축사)
소통을 중시하는 박형빈 건축사가 설계한 다대리 주택 전경(자료=박형빈 건축사)

Q. 실제 업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애로사항이나 건축사 업무 시 불편사항 등 제도적 개선점을 제시한다면?

업무와 관련돼 가장 불편했던 점이라면 민간 설계대가에 대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민간분야 건축사 대가기준이 잘 정리가 된다면 지역 사무소간의 출혈 경쟁이 완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민간대가가 최저임금제와 같이 건축사사무소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되어 준다면, 소규모 건축사사무소 경영자들의 시름을 덜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민간대가 제정은 설계품질과 서비스 품질 경쟁을 담보하고, 그럼으로써 건축안전을 실현할 것이며, 건축사 업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개선도 이뤄져 건축설계 시장의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라 판단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선·후배,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고객들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건축주와 함께 만들어 낸 공간이 실제 기획단계에서 구상했던 공간으로 활용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보람되고 값진 경험은 없으니까요. 잘 키운 자식을 출가시키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처럼 삶의 활력소가 되는 인연을 쌓아가고, 서로에게 감사와 축하를 건네는 일을 꾸준히 해나갈 생각입니다.

사실 건축사의 사명과 같은 대의적이고 함축적인 명제도, 오직 생업으로서 건축설계업을 대하는 부분도 각 개인의 가치판단에 따른 일이라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건축을 대하거나 바라볼 때 기쁨과 희열을 갖게 하는 일이라는 부분을 상기한다면 건축사 서로 간, 또는 집단 간 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을 것이며, 업무의 만족도도 크게 높아지고 개선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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