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호진 건축사(사진=위호진 건축사)
위호진 건축사(사진=위호진 건축사)

코로나19가 한창 유행일 때 정부는 많은 재난지원금을 풀었다. 경기 침체와 소상공인들의 폐업을 막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는 GDP의 4.5%, 미국은 GDP의 25.4%를 지출했고 금리도 0.5%대로 유지했다. 덕분에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쳐났다. 주식 및 부동산이 오르고 새로운 공사 현장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건축업계는 아이러니하게도 호황이었다. 그러나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가 상승하자 은행으로 돈이 몰리면서 시중 유동자금이 급속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출이자가 인상되어 자금을 빌리기 부담스러워졌고, 예금금리도 높아져서 예금만 해도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건물을 지을 경우 대출을 받아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많은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대기 중인 상태로 바뀌게 됐다. 다시 말하면 민간에서 진행되는 사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게 됐다.

민간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없으니 ‘관’에서 진행하는 공공 건축사업에 관심이 몰리게 될 수밖에 없다. 바로 건축 설계공모전이다. 특히 신진건축사사무소는 소규모의 공공건축사업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그 근거로 프로젝트 서울을 간략히 분석해 보면 설계비가 약 3억 원대 이하인 공모전에 참여한 건축사사무소의 수가 추세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2021년 말부터는 선형 추세선 위로 올라오는 공모전의 개수가 급격히 많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최근 평균 이상으로 많은 건축사사무소가 설계비 3억 원대 이하 설계공모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아마도 그들 중 많은 부분은 신진건축사사무소일 것이다.

건축 설계공모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전부터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심사의 공정성이 다시 한번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다행히도 대한건축사협회에서 설계공모의 부정을 뿌리 뽑는 것을 중점과제로 생각하고 있고 많은 기성 건축사도 부정에 대해 분노하고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부정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는 현실에서 건축계의 부조리를 없애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마도 그 사이에 신진건축사사무소는 코로나19 후폭풍 때문에 민간에서 일을 수주하지 못하거나, 건축 설계공모에서는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로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차츰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신진건축사사무소의 성장을 저해하는 불공정한 관행은 건축업계 전체의 경쟁력 개선과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고질적인 관행은 개선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렇지만 좀 더 빠른 시간 안에, 신진 건축사사무소들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의 경사를 조금은 완만하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가령, 대한건축사협회 신진건축사위원회에서는 중진건축사사무소와 신진건축사사무소를 연결하여 사무공간을 공유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 건축사들은 독립적으로 자기 일을 할 수도 있고, 상호 간 업무를 공유할 수도 있다. 어려운 시기에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한 가지 제안을 추가하고자 한다. 협회에서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공동구매하여 회원들에게 특가로 제공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공유오피스 공간을 ‘공동구매’하여 신진건축사들에게 좀 더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일례로 성수동에는 KT&G 상상플래닛이란 공유오피스가 있다. 이곳은 KT&G가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스타트업 회사에 저렴한 임대료를 받고 제공하는 공간이다. 공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심사를 거치고 최대 3년까지만 머무를 수 있다. 이를 벤치마킹하여 공간을 임대해 준다면 신진건축사는 중진건축사사무소 사무공간을 공유하는 것과 공유오피스에서 일하는 것 중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일단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이 힘든 시기를 버티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신진건축사와 ‘기존 건축사’를 굳이 구별하여 지원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서 일하던 시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휠체어를 사용하는 분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딱히 관심도 없고 특별하게 도와주려고 하지도 않았다. 쉽게 말하면 ‘일반 사람’처럼 인식했다. 그 이유는 이미 시스템적으로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나 타지 않는 사람이나 동등한 보행권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건축환경은 어떨까? 아마도 아직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소상공인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코로나19 후폭풍이 지나가고 동등한 ‘보행권’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까지 신진건축사사무소가 버틸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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