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김사인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
  빈 호주머니여

  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

 

- 김사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 중에서/  창비/ 2006년

이 시에는 두 가지 차원 이동이 일어난다. 하나는 코스모스다. 코스모스를 매개로 펼쳐질 이 시는 그러나 코스모스에 대한 시가 아니다. 본문에 코스모스는 나오지도 않는다. 다만 그러리라고 짐작되는 코스모스가 있을 뿐이다. 다른 하나는 1연과 2연의 공간이다. 고향을 떠난 삶과 고향에 대한 바램이다. 하지만 정황상 그 고향도 제대로 남아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 뜬금없는 비약에도 이 시가 자연스러운 것은, 그것이 이 시가 노래라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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